(한글)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텍스트](한글 6판)(한글 번역 6판)(6번째 업데이트. 2025년 완성본) (2025)

영어동화 (해석)

(한글)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텍스트](한글 6판)(한글 번역 6판)(6번째 업데이트. 2025년 완성본)

마음 2025. 1. 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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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프랑스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책 제목-프랑스어]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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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194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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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레옹 베르트에게.

이 책을 어른들에게 바친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심심찮게 용서를 구하려는 바이다. 다만 내겐 그 당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다. 그 어른들이 당시까지만 하여도 내가 사긴 이 지구상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그걸 변명이라 한다면. 이 어른들이 심지어 모두를, 그러니까 여러분이 손으로 만지고 계시는 이 동화책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더 나아간 셋째 이유는, 무엇보다 그 어른들이 죄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그곳은 굶주림과 추위로 오늘도 사람들이 떨고 있는 곳이란 사실이다. 그러니 그런 곳에 사는 어른들이야말로 분명 차분한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게 당시의 내 깊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왜 그래도 내 이유가 부족한가? 그렇담 이리도 말해주리라. 난 분명 그때 넌지시라도 예전 어느 한때는 너희 천진난만한 순둥이 어린아이들처럼 아이였을 그 분께도 이 책을 소중히 바쳐야만 했었노라고. 그치만 지금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땐 처음에는 다 어린이였을 때가 있다. 다만 그걸 기억하는 이들이 하나도 어른 세상에선 남아 있지 않다는 게 함정인 게고. 그러니 나는 이렇게 이전 내 헌사를 수정하노라.

한때 너희들처럼 어린 소년이었을

그분 레옹 베르트 어른을 위해 이 글을 바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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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 (제1장)

내가 한 번은 6살 때 『진짜 실감 나는 이야기』라는 원시림에 관해 다룬 책에서 기가 막힌 그림 한 장을 본 기억이 있다.

그게 바로 맹수를 집어삼켜 먹어버리고 있던 보아뱀에 관한 그림이었다.

이 그림이 바로 그것을 옮겨 놓은 거야.

책에는 “보아뱀은 먹이를 씹지도 않고서도 통째로 ‘꿀꺽’할 수 있어. 그러곤 ‘꼼짝달싹’할 수 없어 자그마치 소화시키는 데에는 장장 6개월이 걸려. 그동안 보아뱀은 배를 끄려고 잠을 자지.”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시 밀림 속 모험들에 대해 내 나름대로 한참이나 오래 걸쳐 생각해 본 뒤, 결국 색연필을 꺼내 아래와 같은 이 첫 번째 그림 한 장을 완성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내 그림 1호는 다음과 같다.

언젠가 나는 내 이런 걸작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제 그림이 무섭지 않으세요?”

라고 물었다.

그치만 그들은 하나같이,

“모자가 어디가 무섭다는 거니?”

라며 의아해했다.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절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건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던 보아뱀을 묘사한 그림인 거였다.

그래서 난 급히 어른들이 마저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보아뱀의 뱃속도 마저 그려 넣었던 게다.

이렇듯 어른들은 항상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

아니 그들은 언제든 내 보충 해설을 요구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완성된 내 그림 2호는 이런 거였다.

그럼 항상 어른들의 이런 충고가 뒤따랐다.

“얘야, 속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런 일상에서 쉬이 만날 수도 없는 보아뱀 따위 그리는 일이랑은 제쳐두고, 어여 지리, 역사, 수학과 문법에 집중해 보는 게 어떻겠니?”

이것이 내가 그토록 바라던 내 화가로서의 멋진 직업을 자그마치 여섯 살 때 이미 포기해 버린 이유인 것이다.

그렇게 난 내 그림 1호와 그림 2호를 그린 후 거듭 그걸 다시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데 실패하고 거듭 낙담하고 만 게다.

아니면 내가 그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의 추가 보충 설명이 필요한 그들에게 이미 진절머리가 날 정도.’

로 피곤해 버렸달까.

그리 관둔 내 그림 경력 대신 나는 얼른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얻어걸린 게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렇게 해서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운 난 이후 전 세계를 날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지금 와서 말하지만, 지리학이 그런 내게 무척이나 유용했음을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난 슬쩍 한 번 아래를 내려다보고도,

“내가 지금 미국 애리조나 위를 날고 있는지, 아니면 중국 상공을 날고 있는지 첫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건 밤에 길을 잃었을 때 대단히 유용한 생존 수단인 게다.

그러고 보니 난 평생 수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수도 없이 접촉해 왔더랜다.

나름 어른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해왔달까.

나는 그 모두를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다고 그런 기회로 내 의견이 크게 달라진 적은 없었다.

대충 일의 진행은 이랬다.

나는 조금이라도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단박에 내가 늘 소중히 간직해오고 있던 바로 그 그림 1호를 그 사람에게도 보여주며 시험에 들어갔던 것이다.

적어도 그런 총명한 분이시라면,

“내 그림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고 심히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 으레 그 사람은 항시 이렇게 짤막하게만 답하곤 입을 꾹 닫아버리는 것이다.

“모자네요.”

그러면 난 그 뒤에 얽힌 더 중요한 삶의 지혜 부분인 보아뱀이라든지, 원시림의 밀림 지대라든지, 하늘의 정든 별님들에 관해서도 하나도 더 얘기해 드리지 않았더랬다.

대신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서양 카드놀이인 브리지 게임이나, 골프 얘기, 또는 정치 이야기나, 넥타이 맛깔나게 잘 메는 얘기들만 주구장창 해대었던 게다.

그러면 그 대화의 끝은 언제나,

“이토록 착실한 우리 시대의 청년을 알게 된 것이 제 소중한 기쁨입니다 그려.”

라는 그 어른들의 거듭된, 자기가 자기 칭찬하는 자화자찬식 대만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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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그렇게 나는 마음을 터놓을 이 하나 없이 혼자 외로이만 살아왔다.

그러다 기이하게도 지난 6년 전 끝에 사하라 사막 위를 날다 때마침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불시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비행기 엔진에 뭔가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던 게다.

근데 나는 비행기를 고칠 수 있는 정비공도, 그렇다고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마냥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금방 수리가 저절로 고쳐지는 승객도 뭐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난관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하나씩 나사 볼트를 풀어보고 조여보는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또 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별난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었고 실제 고치려는 수고를 다 할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왜냐면 당시 그 일은 내게 “죽느냐 사느냐”하는 사활이 걸린 문제임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수중의 물은 딱 1주일 치 마실 분량만큼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사건 당시 첫날 밤을 사람이 사는 고장으로부터 자그마치 수천 킬로미터는 더 족히 떨어졌을 법한, 사방이 모두 모래뿐인 사막 허허벌판 한가운데에서 잠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난 마치, 이 사막 세계라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뗏목을 고이 띄우고 마냥 표류하는 조난자보다 더 훨씬 고립된 거.”

같이 외로움을 느끼며 잠들곤 했다.

그래서 날이 샐 무렵이던 어느 새벽녘에 굉장히 우스꽝스레 들리는 작은 깨알 같던 목소리 하나가 나를 깨워 일으켰을 때에는,

“내가 심히 어찌나 놀라고 감동 먹어 했었는지…”

감히 아무도 상상이라도 할 수 없었을 게다.

그렇게 그 작고 소중한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제발…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응 뭐라고!”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난 벼락이라도 맞은 듯 펄쩍 뛰며 일어나고 말았다.

그러곤 눈을 마구 비볐다.

주변을 잘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앞을 바라보았을 때, 앞엔 나를 아주 진지하게 바라다보고 있는 아주 특별하게 생긴 조그만 사내아이 하나가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아래 그림은 훗날 내가 그 아이의 초상화랍시고 만들어본 그림들 중 가장 잘 그린 초상화이다.

물론 내 그림보다 실제 모델이던 그 아이가 더 작고 소중하게 사랑스럽던 건 안 비밀인 게고 말이다.

그것은 물론 내 잘못은 아니다.

앞서도 밝혔던 내 화가로서의 그림 경력은 몹쓸 어른들에 의해 여섯 살 때 이미 단절이 되었으니까.

그 후 난 속이 안 보이거나 보이는 보아뱀 외에는 달리 더 다른 그림을 그려본 적도 그리는 방법도 모두 까먹은 지 오래되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라도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서 그 유령 꼬마 아이를 지켜보고 말았다.

물론 나는 그때 사람 사는 동네는 여기로부터 자그마치 수천 킬로미터는 더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잘 주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작은 아이가 길을 잃었다거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 그 애는 지금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피곤한 기색도 전혀 없었고, 배가 고프다거나, 또는 목이 마르다거나 하는 두려움 따위랑도 거리가 멀어도 한 참이나 멀어 보였더랬다.

즉 그 어린애의 모습 어디 끄트머리에도 인구가 거주하는 수천 킬로미터 지역으로부터도 더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신을 온전히 차리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난 그 애에게 겨우 이렇게라도 말을 붙일 수 있었다.

“대체 여기서 뭘 하던 거니?”

그러자 그 꼬마는 마치 아주 심각한 이야기라도 이제부터 들려주려는 듯 나직이 소근거리는 목소리도 참으로 봄바람같이 보드라운 기운을 담아 이렇게 내게 중얼중얼 말을 하고 있었다.

“제발… 양 한 마리만 그려줘…”

간신히 다가온 그 신비로움이 너무도 인상적이었을 땐, 우리는 감히 거기에 불복종할 수는 없는 게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서부터도 자그마치 수천 킬로미터는 더 족히 떨어져서 이 위험천만한 모래사막 언덕 아래에서 죽음의 파도와 사투를 벌이며 비행기를 수리하고 있었지만, 그 처한 상황이 위험하고 고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림을 그려준다는 게 터무니없는 농담처럼만 보였다지만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치만 곧 내가 여섯 살 이후론 전혀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며, 또한 주로 학교에서도 지리나, 역사, 수학과, 문법을 위주로만 공부해 왔노라고 기억해 내곤 곧 그 작은 꼬마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이참 난 그림 그리는 법을 모른단다.”

“응 상관없어. 그러니까 그려달라는 거야. 양 그림을.”

그치만 누누이 말 하지만 난 전에도 평생 양을 그려본 적도 없더랬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애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그림 실력인 앞서의 그림 1호와 그림 2호 중 하나를 다시 그렸다.

속이 안 보이는 그 모자 그림 같던 보아뱀 그림 말이다.

곧 나는 그 꼬마 아이가 이렇게 대답해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아니! 보아뱀 뱃속에 든 코끼리 그림 말고. 그런 건 싫다고. 보아뱀은 아주 위험하니까. 게다가 코끼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 키우기가 더 거추장스럽다고. 그러니 아주 작은 내 집을 위해선 작은 양이 필요한 거야. 제발 양 한 마리만 그려줘.”

그래서 그렸다.

어쩔 수 없이 또 그리고 말았다.

그 아이는 주의 깊게 그걸 살피더니 이렇게 말하고 만다.

“안 돼! 이 애는 벌써 많이 아프잖아. 하나 더 그려줘.”

나는 다시 그렸다.

내 친구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지? 이건 양이 아니라 숫양이야. 봐봐 벌써 뿔이 있잖아…”

그래서 나는 다시 그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세 그 아이에게 퇴짜를 당하고 말았다.

“이건 너무 늙었잖아.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원한다고.”

결국 인내심도 다 떨어진 데다 비행기 수리도 다시 시작해야 해서 복잡한 엔진을 재차 분해하기 시작해 봐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난 급한 마음에 그 애를 떨쳐버릴 생각에 한 번 휘갈기며 이런 낙서 그림 한 장을 그려 툭 던져주었다.

그러면서 사뭇 조금 미안해진 난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바로 이 상자 안에 있단다.”

그러자 내 심판관 아이가 마치 오늘 처음 본 새벽 햇살의 청명한 기운처럼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을 보고 난 무척이나 놀라고 말았다.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야! 근데 이 양은 풀을 많이 줘야 해, 응?”

“그건 또 왜 묻는 거니?”

“내가 사는 곳은 매우 작거든…”

“그거면 충분할 거 같은데. 어차피 내가 네게 그려준 건 너도 키울 수 있는 매우 작은 양 한 마리였으니까.”

그는 다시금 그 그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작지는 않은 거 같읃데… 애걔걔! 이봐 벌써 잠들었잖아…”

이렇게 해서 난 어린 왕자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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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그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데 난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그렇게나 많은 질문을 던지던 어린 왕자가 기껏 내 말엔 그다지 별 구미가 당기지 않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애가 해준 우연한 몇 마디 말들로 그나마 내가 조금씩 알아간 거였다.

가령, 그 아이가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것을 보았을 때,

물론 그건 내 비행기였고, 난 이 자리에서 굳이 그 비행기를 그리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리기에 복잡해도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어쨌든 내 비행기를 처음 본 그가 이렇게 물어왔다.

“이건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인데?”

“물건이 아니란다. 날아다니는 거지. 비행기라고. 어떠니 내 비행기가?”

그에게 내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게 내 스스로도 이토록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단박에 이렇게 소리쳤다.

“넷!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말하자면 그렇지.”

라며 난 이번엔 사뭇 겸손한 척 짐짓 아양 내며 말했다.

“아! 그거 참 재밌다…”

그러곤 곧 무척이나 예쁘장하고 다정한 웃음꽃을 그 아이가 터뜨려주었는데 나는 왜인지 이번엔 그 소리에 단단히 화가 났더랬다.

지금 사막 한 가운데에 “푹!” 꼬꾸라져 떨어져 있는 내 자신의 불행에 대해선 그다지 퍽이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인상을 내게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애는 다시금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온 거구나! 어느 별에서 온 근데?”

난 즉시 그 애 존재의 신비함에 감춰진 흰 빛줄기 하나를 발견하고 번뜩 깨달은 바가 있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럼 넌 어디, 다른 별들에서라도 온 거니?”

그러나 그 애는 말이 없었다.

아니 그저 내 난파된 비행기만 보면서 그저 말없이 고개만 한 번 끄떡여줄 뿐이었다.

“근데 아저씨, 이걸 타고는 그리 멀리서부터 올 수는 없을 거 같은데…”

그리곤 스스로도 한참이나 오랜 몽상에 빠지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애는 주머니에서 내가 그려준 양 그림을 꺼내 마치 자신의 보물인 양 열심히 파고들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게 그 날 일의 다였다.

여기서 그 애가 하다 만 ‘다른 별들’을 넌지시 언급하는 듯한 그 비밀스런 내막에 내가 어찌나 한편으론 믿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속으로 의심스러워하며 더 캐고 싶어 호기심을 내며 아양을 떨었는지는 더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나마 몇 토막만 여기서 언급하자면 더 자세한 걸 알아보려고 난 이런 질문도 했었더랬다.

“꼬마야, 넌 어디서 온 거니? 그래서 ‘네가 사는 집’은 어디메인 거니? 또 네 양은 어디로 데려가려고 생각하는 거니?”

결국 그 애가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 말이 없다 한 번은 이렇게 대답한 기억이 든다.

“그치? 아저씨가 준 상자의 좋은 점은 우리 양이 밤이 되면 들어가 잘 집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거지?”

그건 우리 대화의 맥락을 비껴간 뜬금없는 대답이기도 했다.

“물론이고 말고. 그리고 네가 그토록 원한다면야 난 낮에도 네가 양을 묶어 놓을 수 있게 밧줄 그림도 하나 그려줄 수 있단다. 어디 그림을 이리 줘봐. 밧줄도 주고, 그래 말뚝은 어떻겠니? 말뚝도 하나 거저 줄게, 애야.”

내 제안에 어린 왕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묶어? 우리 애를? 참 재밌는 아저씨셔!”

“하지만 그렇게라도 묶어두지 않으면 네 소중한 그 양이 어디메라도 갈 수 있는 거 아니겠니, 잃어버릴 수도 있고 말이야…”

그리고 내 친구가 다시금 웃음보를 터뜨렸다.

“가긴 어딜 간다고 아까부터 자꾸 그래!”

“어디든. 곧장 집 앞에 나아갈 수도 있겠고 말이야…”

그 말에 어린 왕자의 표정이 한껏 심하게 엄숙해지며 말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집은 아주 작은 데니깐!”

그러곤 아마도 무척이나 우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인 거 같다.

“그러니 집 앞에서부터 곧장 나아가 봐도 멀리까지 갈 수도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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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이렇게 해서 나는 매우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그건 바로 그 애의 별이 거진 집이 한 채 들어갈 정도로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내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우리가 저마다 이름을 붙인 지구, 목성, 화성, 금성과 같은 큰 별 말고도 떠돌이별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그들 대부분은 너무 작아서 망원경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거쯤은 나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그런 작은 별을 발견하면 이름 대신 숫자를 붙여 의미를 부여한다는 거도 나는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것을 ‘소행성 325’라 부르는 방식인 게다.

특히나 나는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이 소행성 B612라고 하는 매우 믿을만한 상당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이 소행성이 그러니까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으로 딱 한 번 이 세상에서 목격이 되었었더라는 것이다.

그는 그때 국제 천문 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훌륭하게 증명도 해보였다.

그치만 당시엔 누구도 그가 입고 있던 옷 때문에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어른들은 죄다 이런 식이니 그리 이상해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바로 그때 터키에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가 자신의 국민들에게,

“이제부터 모든 옷을 서양의 유럽식으로 입지 않으면 그 누구든 사형에 처하겠노라.”

라며 선포했을 때야,

이 터키 천문학자가 발견한 자신의 별 소행성 B612의 명성을 되찾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었던 것이다.

즉 이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우아하고 멋진 유럽식 양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 다시 증명을 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멋진 옷에 감탄한 국제 천문 학회 모두는,

“전적으로 당신 말에 동의합니다.”

라며 만장일치로 손을 들어주고 말았고 말이다.

내가 이토록 작은 별인 소행성 B612에 대해 이런 자세한 세부 사항까지 말하고 그 번호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알다시피 모두 이런 어른들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 얘기를 그들에게 해 봐라.

그럼, 그들은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것들인,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하고? 나비는 수집한다던?”

라는 이런 질문은 절대 네 앞에서 발설하지 않을 테니.

대신 그들은 당신에게 이리 숫자로만 물어올 것이다.

“그래서 그 앤 몇 살이라니? 형제는 몇 명인 게고? 몸무게는 또 어떻고? 그래 가장 중요한 그 아이 아버지 수입은 한 달 최고 얼마인 게고?”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친구에 대해 속속들이 다 들여다볼 수 있었노라고 여길 테니까.

만약 어른들에게,

“그 애 집 창가엔 여름철이면 긴 꽃줄기 끝마디 마디마다 붉은 꽃이 하나씩 달리는 예쁜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고요, 그 꽃말이 행복, 우정, 건강의 상징이라 그 아이는 말해주었어요. 또한 그 지붕에는 어느 집들처럼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집을 짓고 있지요.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로 지어진 그 집을 아빠 엄마도 보셨어야 하는데.”

라고 말들 해준다면 그들은 하나도 그 아이의 집들에 대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에겐,

“10억짜리 집이래요.”

라고 말해주거라.

그럼 단박에 그들은,

“와우! 근사한 집이겠네!”

라고 외치며 넋이 뿅 가할 테니.

그래서 만약 여러분이 그들에게 이렇게,

“어린 왕자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많아요. 그 애는 매혹적이고요, 유쾌하게 잘 웃고요, 양 한 마리를 가지길 원했답니다. 누구든 그 사람이 양을 원한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확실한 증거니까요.”

라고 말을 한다면,

그들은 으레 그리하듯 어깻죽지를 한 번 “으쓱”해 보이는 행동을 취한 후, 이제부터 여러분을 철저히 어린 애 취급해 버릴 테니깐!

그러나 여러분이 그 사실을 알고서 미리,

“그가 살다 온 별이 소행성 B612래요.”

라고 언질을 준다면 이번에야말로 그들은 속으로 어떤 확신을 하고서 다시는 멍청한 질문들로 너희들을 귀찮게 하진 않을 테니.

어른들은 다 그렇다.

아니 그게 그들이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식인 게다.

그러니 우린 그들을 탓해선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늘 어른들에게만큼은 매우 관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치만 삶의 중요 본질에 대해 어른들보다 더 잘 꿰뚫고 있는 어린이 여러분들은 그런 숫자가 도통 남을 이해하는 데 중요치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이야기의 서두를 동화처럼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제부터 이렇게 말해도 널리 헤아려주기 바란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자기보다 조금 더 큰 별에 살고 있던 어린 왕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애가 언젠가 친구가 가지고 싶어졌어…”

아니 어쩌면 인생을 다 이해한 사람들에겐 이 말이 훨씬 더 진실해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책을 건성으로 대충 읽어 버리고서는 한쪽으로 치워지는 것이 싫어서 한 얘기였다.

어쨌든 이런 추억을 지금 여기서 다시금 떠올려보자니 당시 나를 도드라지게 눈물짓게 하던 깊은 슬픔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래 내 친구가 양과 함께 떠난지도 어연 벌써 6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여기서 그 애를 묘사해 보려 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더 잊어버리기 않기 위해서인 게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친구를 잊는다.”

는 행위일 테니.

모든 사람들에게 친구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가 앞서 예를 든 숱한 경우들처럼,

“그런 친구가 없다면 커서 숫자에만 관심을 가지는 어른”

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후 가장 빨리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을 산 이유인 게다.

여섯 살 이후로는, 보이는 보아뱀과 보이지 않는 보아뱀 그림 외에는 더 이상 무얼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그려본다는 게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던지!

물론 그 아이의 초상화 그림만큼은 나도 최대한 엇비슷하게라도 그려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겠다.

아니 노력해 볼 것이다.

그치만 여러분은 그런 내가 쉽게 성공하리라곤 완전히 확신하지는 말아 주기 바란다.

성공하리란 자신도 없으니.

그래선지 어떤 그림일랑은 무척이나 그 애의 실제 모습과도 어울리고, 또 어떤 그림은 그 애와 하나도 닮지 않은 그림만 완성되곤 한다.

내 실패들을 이리 말하면 어떨까.

“어떤 그림은 너무 키가 크고, 어떤 그림은 그 애가 너무 키가 작게 그려졌다.”

라고.

또한 나는 그 애의 옷 색깔에 있어서도 그 색깔을 종이에 칠해감에 사뭇 자주 더듬거리곤 한다.

그래도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그럭저럭 이리저리 그려나가 보긴 했다.

“마침내 중요한 어느 부분의 묘사에 있어선 그 세부적인 항목에서까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미리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하는 바이니 너그러이 인정해 주기 바란다.

이건 모두 내 친구가 설명을 해준 적이 별로 없기도 하였기 때문인 게다.

아마도 그 아이는 나도 자기와 비슷하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추가 설명을 굳이 더 할 필요를 못 느꼈던지도 모른다.

더 안타까운 건 난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상자 안에 있던 양을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니 실토한다.

“어쩌면 내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은 더 여기서 예로 들고 있는 어른 쪽에 더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래 아무래도 나도 나이가 “폭삭”은 더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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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나는 매일 그 애의 별이니, 출발이니, 그리고 여행에 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것들이다.

내가 그 애의 바오밥나무의 비극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이런 경유의 셋째 날 무렵이었던 게다.

물론 이번에도 그 양 덕분임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갑자기 심각한 의문점 하나가 들기 시작한 듯 그가 내게 에두르지 않고 곧바로 이렇게 물어왔기 때문이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 게 사실이야?”

“그치. 아무렴 말고.”

“아! 그거 잘됐네!”

물론 나는 양이 작은 나무를 먹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이 뭐가 그리도 중요한지 그 애의 그런 찬사를 이해할 수 못했다.

다만 어린 왕자는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뒤로하고도 계속해서 이렇게 덧붙였던 게다.

“그럼 바오밥나무도 먹겠지?”

여기서부터는 수정이 좀 필요했다.

“아니 어린 왕자야,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란다. 그건 교회만큼이나 큰 아주 대규모의 나무인 거야. 아마 네가 코끼리 떼를 다 데려온 데도 그 무리가 바오밥나무 한 그루를 다 먹어 치우긴 힘들 걸 맞서 싸워 이길 수도 없겠고 말이야.”

라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었다.

그치만 그런 내 경계조의 말에도 그저 어린 왕자는 내가 방금 한 그 ‘코끼리 떼’라는 말에 자지러지며 웃어 넘어가려 들 뿐이었다.

“그럼 코끼리들을 포개 놓으면 되잖아…”

근데 그 애는 총명하게도 곧 이런 말도 하나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아무리 큰 바오밥나무도 자라기 전에는 자기도 작은 나무부터 시작했을 거 아냐.”

“그야 물론이지! 근데 왜 양들이 작은 바오밥나무를 먹길 바란다는 거였니?”

어린 왕자는,

“아이참!”

라며 그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그 바람에 내가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하느라 난 한참이나 머리를 싸매고 쩔쩔매야만 했다.

결국 난 어린 왕자의 별에도 다른 별들처럼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또 그건 얼마 못 가 사실로 판명이 났다.

그러므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엔 좋은 풀을 낳는 좋은 씨앗과, 나쁜 풀을 낳는 나쁜 씨앗”

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씨앗들은 평소 우리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씨앗은 은밀히 땅속에서 비밀의 잠이 들어 있다 갑작스레 불현득,

“이제 깨어나야지.”

라며 기지개를 켜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럼 그 씨앗은 기지개를 쭈욱 펴고 몸을 가뿐히 쭉 뻗어 일으킨 다음 제일 먼저 사랑스럽고 아무런 해가 없는 조그만 싹을 수줍게 태양을 향해 밀어 올리는 것이다.

곧 그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먹는 무나, 장미처럼 아무렇게나 그 싹들이 원하는 대로 자랄 수 있게 처음에 그렇게 놔두는 게다.

그땐 우리 사람들도 내버려둬도 된다.

그치만 나쁜 식물로 자랄 낌새를 보이는 싹이라면 우린 그것을 눈에 띄는 즉시 뽑아야만 한다.

바로 이 무시무시한 씨앗이 이토록 소중한 우리의 어린 왕자의 별에도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사실 어린 왕자가 떠나온 그 별의 토양은 애초부터 이 끔찍한 바오밥나무의 씨앗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게다.

함정은 이 바오밥나무는 일단 한 번 자라면 그 크기 전에 미리 손을 써놓지 않으면 향후에는 조금만 더 크고 사람의 노력으로는 결코 없앨 수 없다라는 것이다.

아니 일단 큰 후의 바오밥나무는 하나의 별을 다 차지할 뿐만 아니라 욕심이 많아 뿌리를 내린다.

그럼,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즘에는 벌써 별에 큼직하니 구멍을 뚫어 없애기 때문이다.

결국 별이 너무 작거나 아니면 경솔하게도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이 평소 자신의 평온을 유지하지 못해 어수선해지다가 곧장 흔들리기 시작해 터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건 매일 같이 계속되는 규율의 문제였던 게야.”

라며 훗날 어린 왕자가 내게 실토하면 말해준 얘기다.

“아침에 세수를 다 마친 다음에는 별도 정성껏 청소를 해주어야 했던 거야. 땅 밖으로 기어 나온 씨앗이 자라 장미인지 바오밥나무인지 분간이 갈 정도면 정기적으로 그 뿌리까지 뽑아줬어야 했고 말이야. 초기에만 꾸준히 실행한다면 아주 손쉬운 작업인 일이었던 거지.”

그 뒤 하루 언젠가는 그가 내게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그려보게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건 아저씨 별에 사는 아이들이 자기 머릿속에 꼭 박히도록 예쁘게 소심하게 명심하게 그려야 해.”

그러면서 그 아이는 이렇게 조언의 말을 덧붙였다.

“언젠가 그 애들이 여행을 할 때면 무척이나 도움이 될 테니까. 때론 일을 뒤로 미루는 버릇이 크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을 때도 분명 있을 거야. 그치만 바오밥나무는 예외야. 그 경우를 그리 처리하려 들다가는 곧 큰 재앙으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난 그 정도의 게으름뱅이가 살던 어느 별을 알고 있는데. 그는 작은 나무 세 그루를 무심코 지나쳐버렸다가 그만…”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난 어린 왕자의 지시에 따라 자기 방을 매일 청소해 주지 않던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록 내가 도덕주의자 같은 말투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그치만 바오밥나무의 이런 어마무시한 위험성에 대해선 아직 우리 별에선 재대로 아이들 사이에 알려져 있지 않고, 또한 그렇게 방 청소를 잠시 게을리하다 떠난 우주 여행길에 수많은 작은 별들이 있는 소행성 길 근처에서 길이라도 잃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세월을 방 청소를 못 하고 두는 결과 경험하게 될 위험성도 큰 결과이니, 그림이 완성된 후 도덕 선생님이고 아니고 간에 딱 한 번 이렇게 체면을 차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던 거다.

“어린이들이여! 바오밥나무를 조심해라!”

알겠는가? 내가 이 그림을 그토록 열심히도 그린 것은 모두 내 어린 친구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함인 거다.

그들도 어느샌가는 숫자만 아는 어른들 속에 갇혀 생활하는 누를 범해 언제가부턴 이런 위험에 둘러싸여서만 생활해 오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내가 이런 그림을 그려서라도 수고를 두를 만한 가치가… 가르칠 만한 교훈에의 가치가 여기엔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은 이렇게 내게 되물어볼 수도 있겠다.

“아저씨, 왜 이 책에는 우리 바오밥나무 그림보다 더 크고 거창한 그림은 따로 더 없었던 건가요?

그 대답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간단하다.

아니 어쩌면 여러분 모두 이미 눈치채고 있었는지 모른다.

바오밥나무 보다 더 큰 다른 그림들도 시도를 아니 해본 건 아니었더랬지만 모두 실패했고…

다만 너무도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 바오밥나무를 그릴 때만은 나도,

“이게 우리 지구의 아이들에게 긴급으로 요하는 급박한 사안”

이었기에 조바심을 가지고 평소보다 더 열성적으로 그리다 보니 이렇게라도 완성지을 수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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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오! 어린 왕자여, 너의 그 쓸쓸하니 단조로운 생활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가게 되다니.

그래, 오랫동안 너에겐 심심풀이 땅콩 식의 여유가 해 질 녘의 고요함뿐이었다지.

넷째 날 아침, 그렇게 난 그 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그가 내게 이렇게 물어왔기에 그렇기도 했다.

“있지, 난 해 지는 걸 좋아해. 우리 일몰 보러 가…”

“그럼 기다려야 해…”

“또 뭘?”

“해가 질 때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야.”

넌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더랬지, 그러다 나중엔 너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웠던지,

“깔깔”

거리며 웃었고 말이야.

그리고 넌 내게 이렇게 들려주었어.

“내가 아직도 우리 별에 있는 줄 알았거든!”

물론 그랬다.

아니 실제로도 그건 타당한 소리였다.

적어도 일반적인 경우엔 말이다.

모두가 알 듯, 미국에서 점심시간일 때는 반드시 프랑스에선 해가 때마침 지도 있다.

그러니 미국에서 맛난 토스트 빵을 양상추 야채 가득 넣어 치즈와 함께 베어 먹은 후 단숨에 프랑스까지 달려갈 수만 있노라면 적어도 우리가 점심 먹고 바로 프랑스 해 지는 풍경을 감상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치만 농담말자.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도 머니까.

그치만 너의 그 작은 별에선 고작 해를 보기 위해선 의를 몇 발자국 뒤로 물리기만 하면 되었지.

그래서 네가 원할 때는 언제든 해 지는 걸 지켜볼 수 있었을 테고 말이야…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그러니까 장장 44번이나 봤어!”

잠시 후 네가 다시 그리 덧붙였지.

“있지…? 몹시 슬플 땐 해 지는 게 그리 좋을 수 없어…”

“그렇담, 마흔네 번이나 해를 본 날, 그때 너를 그토록 슬프게 하는 일이 있었겠구나?”

그러나 어린 왕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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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다섯째 날, 역시나 양 덕택에 어린 왕자 삶의 비밀을 또 하나 접하게 되었다.

그는 불쑥 오랜 침묵 끝에 그동안 혼자서만 끙끙 앓아오던 문제의 결과를 마치 그 시작점인 양 생뚱맞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이렇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툭” 튀어나온 말을 내뱉듯이 하고 내게 묻는 방식으로.

“양이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면, 그럼 이제 꽃도 먹겠네?”

“그래. 양은 원래 닫치는 대로 다 먹지. 모든 걸 먹을 줄 아는 생물인 거야.”

“그럼 그 꽃에 가시가 있어도?”

“응. 가시가 있어도.”

“그렇게 가시가 있어도 잡아먹힌다면 그럼 그건 애초 뭐에 쓰려고 가져나온 건데? 태어날 때 말이야.”

여기서부턴 또 내가 그 질문의 요점을 갈팡질팡 짚지도 못할 단도리 식 아니면 말고의 물음이었던지라 난 그 대답을 몰랐다.

아니 알아도 대답도 아니 했으리라.

그때 한참 비행기 엔진에 실수로 한 번 풀었다 다시 조여 놓은 그 볼트 나사 하나가 너무도 재차 필요해 풀어제끼기가 빡빡해 내가 힘깨나 쓰며 쩔쩔매고 있었기에 무척이나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때쯤에는 내가 애초 생각하던 것보다 비행기 고장이 한참이나 더 심각했기에 더 그랬다.

게다가 마실 물도 이젠 거진 부족해져가고 있어서 최악의 경우 당할까 봐 애써 그 두려움을 이 아이한테만은 드러내지 않고 있을 때라 더 했다.

이래저래 우리 처지가 매우 걱정스러졌던 것이다.

“그럼 그 가시는 뭐에 쓰는 건데?”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했다 자기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결코 중도에서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내 볼트 나사가 제대로 다시 풀려지지 않을 만치 전에 너무 꽉 조인 내 자신에 너무도 짜증이 나던 찰나라 그만 다음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말았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야. 그건 순전히 꽃들이 네게 심술을 부리는 거라고!”

“아!”

그렇지만 어린 왕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는가 싶더니만 곧 나를 다시 원망하는 듯 이렇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걸 어떻게 믿어. 꽃은 약한데. 순결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려 들 뿐인 게야.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그럴 때 가시가 가지면 자신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믿었던 거지…”

물론 난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음은 물어보나 마나였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막 짜증이 튀어나와,

“이 볼트 나사가 이렇게 자꾸 버틴다면 기어이 망치를 들고 와서 날려 버려야겠는걸.”

라고 내뱉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 앞에서 “아차” 싶었던 게고.

어린 왕자는 또 그런 나를 다른 질문 공세로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럼 아저씨는 생각하는 거야, 우리 꽃들이 그러니까…”

“아서라 아서! 그만두자꾸나! 괜스레 해도 좋아. 방금 그 말을 내가 바빠서 대는 대로 대답을 해준 거일 뿐이니까. 그나저나 이 비행기 고장 애초 내 생각보다 훨씬은 더 심각한 일인데 이거 어쩌지!”

그 애는 그런 나를 깜짝 놀라워했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라고?”

그는 망치를 손에 쥐고서 손가락은 온통 기름 범벅이 되어 검게 변해져선 그의 앞에 지금 매우 흉측하게 서 있는 이 비행기란 물체 위에 몸을 막 기대려 하고 있던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아저씨도 영락없는 다른 어른들처럼 말을 하고 있잖아!”

그 외침이 나를 조금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인정사정없이 이어진 그 애의 다음과 같은 말에 더했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고. 아저씬 지금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든 걸 뒤죽박죽 하고 있는 거라고!”

그는 이제 정말이지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도 처음으로 그의 황금 머릿결 하나가 바람에 흩날리는 걸 온통 이 주위가 금빛으로 물들여진 마냥 넋 놓고 바라본 게 자그마치 그 애와의 요 며칠 동안 중 그때가 처음이었는지 모른다.

“얼굴이 시뻘건 신사 하나가 살고 있던 별을 알아. 그리고 그가 한 번도 꽃향기라는 것을 맡아본 적도 없다는 것도. 왠지 알아? 그건 바로 자신의 별을 남이 되어 바라본 적도. 그렇다고 누굴 사랑해본 적도 없이. 오로지 일상에서 덧셈만 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그러면서도 그는 하루 종일 이렇게 지금 아저씨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어. ‘심각하다! 심각해. 이 세상에 이 일보다 더 심각한 건 없어! 암 없고 말고! 나를 그런 심각한 일을 하는 가장 긴요한 사람이라고.’라고. 그러면서 그 자신의 자부심에 스스로가 부풀려가져서는 교만으로 몸이 불어나 풍선처럼 커져만 갔지. 모든 걸을 심각이란 그 단어 하나에 자기 몸 안으로 들이고만 하고서. 알겠어? 그건 사람이 아닌 게야. 즉 그건 버섯이라고! 지금 아저씨를 닮은 버섯.”

“뭐라고? 내가 버섯같이 생겼다고.”

“응 왕 큰 버섯이고 말고. 그것도 같은 말만 되풀이해 말하는 싫증도 모르는 세상 왕 진지한 어른 버섯이고 말고!”

어린 왕자는 이제 분노로 얼굴이 창백해져만 가고 있었던 건 말할 나위도 없고 말이다.

“꽃은 수백만 년 동안 가시들의 가시를 만들어 온 거야. 양은 또 어떻고. 그들은 수백만 년보다 더 오래 꽃을 먹어왔던걸. 그러니 왜 꽃들이 아무 쓸모도 없는 가시란 엉거주춤함을 만들었겠어.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들이는 게 중요치 않다는 거지? 양들이 꽃과 전쟁을 벌이는 게 왜 그토록 진지한 게 아니란 거냐고? 그게 시뻘건 그 얼굴의 뚱땡이 신사가 하는 더하기 셈법보다 더 진지하지도 더 중요하지도 않아서? 그래서 그 어디에도 그 어느 순간에도 그 어느 기회에도 없고, 오직 이 세상 내 별에서만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가꾸며 살아가는 그 꽃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아침 작은 양 한 마리 그 앞에 나타나 무심코 단숨에 먹어서 전멸시킬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란 거야!”

어린 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선 계속 이렇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백만 개의 별들 가운데 오직 한 별 안에서만 있는 꽃을 사랑한다면, 우린 이제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 항시 마음속으로, ‘저 수많은 별들 가운데 정든 내 꽃님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계실 터니까…’ 하고서 말이야. 그런데 양이 하루아침에 나타나 내 정든 꽃을 먹어 치워버린다면 그건 그 애에게 이 세상 모든 별들이 송두리째 다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런데 이토록 심각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 일이 지금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거야!”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더 그 아이는 벌컥 눈물을 쏟고 말았다.

밤이 깊어졌나 싶었다.

나는 이때껏 손에 들고 있는 도구 연장을 내려놓았다.

‘그래 이젠 망치도, 그깟 볼트 나사 하나도, 거진 이 죽을 듯한 목마름도, 아니 저 죽음마저도!’

더는 더 중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중한 이, 이 어린 왕자님을…

어느 별, 아니 어떤 행성인지, 어쩌면 이 지구에까지 그날 나의 위안을 받기 위해 찾아와준 이 작고 소중한 어린 친구에게 위로의 달램으로써 포근히 안아주는 일이 거였다!

난 그 애를 두 팔 벌려 끌어안아 주었다.

그런 후 다정히 내 체온이 전해져 그 애가 좀 더 온정을 느낄 수 있도록 흔들어 달래주었다.

그러면서 그보고 말했다.

“그래 이제 알겠다. 내 작고 소중한 것아! 아무렴 염려 말거라. 이젠 안심해도 된단다.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을 테니, 어디로도 내쫓기지 않을 테니… 이제 네 양도 입을 감쌀 수 있게 주둥이에 씌울 입마개를 하나 그려줄 거구나… 네 꽃에겐 더없는 방어망이 되어주게… 무엇보다 빨리 내가 이 일을 해주마… 내가…”

말하기가 어색했다.

아니 더 이상 무슨 서툰 단어를 빌려 가며 내 감정을 복받치게 망설일 필요도 없었던 게다.

이 애의 꽃을 위한 든든한 갑옷 그림 한 장이면 된다.

아니 그 양이 든 상자 그림에 그걸 추가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게다.

아니 이토록 이 아이를 진정시키려 들수록 자꾸만 솟아나는 내 샘물의 목마름이라니, 내 눈물의 꽃이라니!

나는 이제부터 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아니 어쩌면 그 애와 합류하기 위해 그때 그 비행기 추락을 경험했던 것은 혹 아닐까…

역시나 모르겠다.

아니 알 수도 없었다.

그저 오늘밤은 눈물의 나라에 내가 와 있는 게다.

그러고 보니 이토록 사막 한 가운데,

이리도 많이 배어나는 눈물 한 보따리라니.

참으로 신비로운 눈물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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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나는 곧 이 꽃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어린 왕자의 별에는 예전부터 꽃잎이 한 겹만 있는 아주 소박한 꽃들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지도 않아서 지나가는 누굴 방해하고 그러지도 않았다.

그들은 대개 어느 날 아침 풀밭에 나타났다가 저녁 무렵이면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이 꽃은 어디서 왔는지 알 수도 없는 씨앗에서 싹을 텄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초창기부터 다른 싹들과는 달라도 너무도 다른 이 싹을 평소보다 더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던 게다.

아마도 처음엔 어린 왕자도 그게 바오밥나무일 수도 있다 여기고 분명 경계했던 것이리라.

그치만 그 작은 나무는 좀 자라나나 싶더니만 웬걸 금세 성장을 다 멈추고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어린 왕자는 그 속에서부터 어떤 기적적인 나타나리라는 예감을 일찍이 떨쳐버릴 수 없었더랬다.

하지만 꽃은 그러고도 한참 동안이나 더 뜸을 들이며 그 연녹색의 방 안에서 숨어 연거푸 언제고 자신이 아름다워질 준비만 해될뿐 쉬이 나오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치만 시기가 되자 그녀는 자신이 곧 피어야 할 꽃임을 자각했는지 세심히 그 고운 빛깔들을 하나씩 선택해 나갔다.

천천히 옷을 입고 그 꽃잎을 하나하나 가다듬어 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개양귀비꽃처럼 한껏 자신이 주름지고 우겨진 채로는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대한도로 빛을 밝힐 때까지 기다렸다 비로소 모습을 밖으로 천천히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단지 제가 가장 빛날 때 그렇게 조용히 아름다움과 함께 등장하고 싶어요.”

아! 정말이지 몹시도 멋을 부리는 꽃이었던 게다.

그렇게 그 꽃은 신비로운 화장을 며칠이고 이어갔다.

그러더니 하루는, 어느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온전한 제 모습을 세상 가득 아름다움을 수줍게 그 자신 겉에 간직한 채로.”

그리고 그 꽃은 그토록 자기 자신을 꾸미는데 온 정신과 시간을 다 들여 밤낮으로 일했으면서도, 세상에 나온 이후로는 아닌 듯 하품을 해대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참! 저는 이제 막 잠에서 깼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제 머리가 ‘띵’해서 하품을 하다 어머 이런 옷이 죄다 흐트러지고 말았네요…”

그러자 어린 왕자는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너 정말 아름답구나!”

“그렇죠?”

라며 꽃이 가뿐히 대답했다. 그러곤 마치 방금 그 말을 못 들었다는 듯이 이렇게 엉뚱한 자기 속마음을 드러냈다.

“제가 저 태양님과 거의 동시에 태어났으니까요…”

어린 왕자는 그제야 이 꽃이 나름 그렇게까지 겸손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치만 그 아름다움 하나로도 충분히 그 꽃은 감동적이라 여겼더랬다!

“음음, 아침 식사 시간인 거 같아요.”

이 말뜻을 어린 왕자가 이해하지 못하자,

잠시 더 뜸을 들인 후 그 꽃이 다시금 말했다.

“음음, 제 생각을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그제야 그 말뜻을 알아들은 어린 왕자가 황급히 놀라 얼른 뛰어가서 신선한 물을 가득 담긴 물뿌리개를 하나 들고 와 그 물로 꽃에게 든든한 아침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

곧 어린 왕자가 순진하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파악한 그 꽃은 세상 가장 까다로운 허영심으로 태어난 자신답게 이제부터 그를 몹시도 그런 쪽으로 몰아가며 괴롭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하루는 그녀가 자신이 가진 4개의 가시 얘기를 들려주며 이렇게 어린 왕자에게 넌지시 알려 준 것이다.

“제 이 가시라면, 호랑이들이 발톱을 다 세우고 와도 좋지요! 저는 전혀 무섭지 않을 거거든요.”

“그치만 내 별에는 아직 호랑이가 없었는걸.”

라며 어린 왕자는 항의하며 또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호랑이들도 풀을 먹지도 않고 말이야.”

“흥, 쳇! 그치만 저는 풀이 아닌걸요.”

라며 꽃은 살포시 토라지며 말했다.

“어? 미안해, 그 말뜻이 아니었어…”

“그럼, 저도 미안해요. 제가 나빴어요. 그치만 저는 호랑이는 조금도 무섭지 않다지만, 바람은 딱 질색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여기도 바람막이란 칸막이들이 있나요? 저를 보호해 줄 수 있게.”

“아니 바람이 질색이라니… 식물에겐 그럼 큰 불행 아니니.”

이쯤에서 다시 한번 어린 왕자는 이 꽃이 여간 깐깐하지가 않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꽃은 여간 까다롭지가 않아…”

“저녁에는 제게 유리덮개를 씌워주셔야 할 거예요. 당신이 사는 여기 이 별은 여간 춥지가 않거든요. 공기를 데우는 보일러 설비도 죄다 좋지 않고. 하물며 제가 살던 저곳은…”

그러다 그녀는 거기서 말 문이 막혔는지 딱 멈추고 말았다.

그래 그 꽃은 씨앗의 형태로 여기까지 흘러던 거였다.

그러니 여기 외의 다른 장소를 아직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치만 그런 뻔한 거짓말을 준비하다 들킨 것에 너무도 굴욕감을 느낀 나머지 꽃은 어린 왕자에게 그 모든 화살을 돌리기 위해 대담하게도 갑자기 “콜록콜록” 기침을 두세 번씩이나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 바람막이는요? 아직인가요. 준비가 안 되셨는지…”

“지금 찾아보려던 참이었는데 아까부터 네가 계속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그러자 이번엔 더 심한 자책감을 들게 하려고 꽃은 더 대담무쌍하게 거짓으로 기침을 한 번 더 해댔다.

“콜록”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그의 사랑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호의로 말미암아 도와주려는 가운데서도 어째 좀 이 꽃의 속뜻을 의심하기에 이르러게 되었다.

더구나 이 꽃이 하는 중요치 않은 말까지 죄다 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하나하나씩까지 반응하는 제 자신이 매우 좀 전보다 훨씬은 더 불행해졌다 받아들이게 된다.

“꽃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아니 다 귀담아듣진 말았어야 했어, 절대로 다는. 그냥 바라보다 그 향기를 맡는 선에서 호의의 베풂을 멈췄어야 했어요. 곧 그 애가 내 별을 온 향기로 뒤덮고 말았지만, 난 결단코 한 번도 그걸 온전한 마음으로 즐길 줄 몰랐던 거야. 내게 찾아온 행복을 숫제 어떻게 다루어야 될지조차 몰랐던 게지. 그러니 나를 눈살 찌푸리게 했었던 그 애의 첫 주제인 발톱 이야기에서도 실은 나를 그걸 가엽게 여기고 그 꽃을 토닥여주었어야만 했었던 거야…”

그는 또 이렇게 계속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때 난 모두를 이해한다면서도 사실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거야! 그 꽃의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 한 번 정해지면 쉬이 변할 수 없는 그 행동으로 그 꽃의 됨됨이를 판단했어야 했던 거야. 그럼에도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만들어주고 내 마음도 환히 밝혀 주었었는데. 그래 난 절대 그 애에게서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던 거야! 아니, 그 서투른 속임수 뒤에 숨겨진 그녀의 다정한 애정에 귀 기울이고서 포근히 감싸안아 줄 수 있어야 했던 거야. 어차피 꽃들은 이따금씩 우리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치 저 너머까지 모순적인 존재들이니까! 어쨌든 난 당시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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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나는 애초 그가 야생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해서 그 별을 빠져나왔으리라 짐작했다.

어쨌든 출발하는 날 아침 그 애는 자신의 정든 별을 잘 정돈해 주고 떠나왔다고 했다.

우선 활화산을 정성스럽게 쑤셔서 청소해 주었다.

그의 별에는 두 개의 활화산이 있었다.

그 화산들은 어린 왕자의 아침밥을 데우는데 특히나 편리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불이 완전히 꺼진 사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거듭 말했듯이,

“그게 또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알 수 없는 노릇.”

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사화산도 매일 같이 잘 쑤셔 청소했던 것이다.

일단 매일 잘 쑤셔서 청소해 주면 나중에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고 천천히 규칙적으로 타올라도 타오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게다.

역시나 화산 폭발도 우리네 굴뚝 화재와 같다.

미리미리 청소해 주고 대비한다면 못 피할 위험은 없던 게다.

물론 지구 위에 있는 화산들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쑤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린 지구상의 화산들에 미리 청소를 해주어 대비할 수 없는 게다.

그 결과 시간을 달리하고 세계 곳곳에선 늘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 때문에 숱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 다음 어린 왕자는 좀 슬픈 감정으로 바오밥나무의 그 마지막 남은 여남은 싹들까지도 다 뽑아냈다.

그가 잠시 서글펐던 건,

‘이제 다신 돌아오지 못할 테지.’

라고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친숙한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더더욱 그에게 매우 다정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그 꽃에 물을 주고 유리 덮개로 다시 덮어주려고 채비를 다 마쳤을 때 그는 그만,

“왈칵!”

울고 싶어졌다.

“잘 있어.”

라며 그가 꽃에게 말했다.

그치만 꽃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잘 있어야 돼.”

라며 그가 다시 되풀이해 말했다.

꽃이 약간 헛기침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건 꼭 감기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았다.

“내가 어리석었어.”

이윽고 꽃이 말했다.

“부디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 너도 이제 행복해지길 바라고. 나도 노력해 볼게.”

비난조의 말이 없다라는 사실에 어린 왕자는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유리 덮개를 든 채 멍하니 서서 잠시 넋이 나간 자세로 있었다.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토록 다정하게 구는 그 상냥한 태도를 아직 너무 어렸기에 도무지 혼자 힘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난 너를 사랑했어.”

라고 기어이 꽃이 먼저 다시금 말하고 있었다.

“그치만 넌 그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더구나. 하지만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넌 떠날 테니깐. 그래 알고 보면 너도 나만큼 멍청했던 거야. 어쩌면 우리 모두 상대만큼 어리석었는지 몰라. 그러니 이제부턴 어딜 가더라도 부디 행복해 줘… 아니 됐어, 그 유리 덮개는 그냥 거기 내버려두면 돼. 이젠 그딴 건 내게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깐.”

“하지만 바람이 불면 넌 어쩌려고…”

“내 감기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잖니... 또한 여기 바람도 선선하니 그리 춥지도 않고. 이제부터라도 네가 없을 테니 신선한 밤공기라도 좋아해 줘야지. 그리고 난 어디까지나 그런 바람과 물로 먹고 사는 꽃이란 걸 잊지 마.”

“그치만 동물들이…”

“아니 그것도 이제부턴 괜찮아질 테야. 어쨌든 우리 꽃들은 나비를 보려면 애벌레 두세 마리 정도쯤은 참고 견디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법이었으니깐. 넌 나비를 본 적 있니? 그 애들은 그렇게도 우리 꽃들에게 아름답데. 그래 그런 나비들이 아니라면 이제부터 누가 나 같은 꽃들을 찾아주겠니? 어쨌든 이제부터 넌 멀리에도 있을 테고. 그리고 나도 더 이상 커다란 동물들이 온다 해도 무섭지 않을 테니깐. 그러니깐 내겐 이토록 큰 발톱이란 가시가 있는 거 잖겠니.”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도 자신의 4개의 가시 더미를 보여주고 말았다.

그런 다음 그 애는 이렇게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우물쭈물 매달리지 좀 마. 짜증도 내게 더 이상 내지 말고. 그냥 네가 떠나기로 했음 그걸로 된 거야. 그러니 이제 어서 가줘.”

왜냐하면 꽃은 자신이 우는 모습만큼은 절대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해 준 어린 왕자에게는 쉬이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마지막까지 정말 자랑스러우리만치 자존심이 강한 꽃이라 아니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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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어린 왕자의 별은 소행성 325, 326, 327, 328, 329, 330과 같은 구역들에 있었더랬다.

그래서 그는 우선 일자리도 구해볼 겸, 그리고 견문도 넓혀보고 이것저것 세상일들에 관해 배워도 볼 겸 우선 그 별들부터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그가 찾아간 첫 번째 별은 왕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왕은 보라색과 흰 담비 모피 옷을 입고서 매우 검소하면서도 나름 위엄 있는 왕좌에 나름 멋있게 앉아 있었더랬다.

“오! 신하가 한 명 왔도다!”

어린 왕자를 본 왕이 소리쳤다.

그 바람에 어린 왕자는 무척 이상한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니 나를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다짜고짜 나를 알아본 거처럼 말을 할 수가 있지!”

그는 왕들에겐 세상이 뭍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단순하다는 것을 몰랐던 게다.

즉 왕에게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다 자기 신하였던 것이다.

“그래그래 내 너를 더 가까이서 잘 볼 수 있게 기꺼이 더 가까이 다가오려무나.”

왕은 마침내 자신이 이 세상 누군가의 왕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이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워서 말했다.

그치만 어린 왕자는 계속된 여행길에 피곤해 우선 앉을 자리를 좀 찾아보았으나, 이미 이 별은 온통 왕의 호사스러운 흰 담비 가죽 망토로 다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서 있어야 했는데 그 바람에 너무도 노곤해 그만 왕 앞에서 하품을 하고 말았다.

“왕 앞에서 하품을 하는 행위는 예의에 크게 어긋나 노누.”

라며 왕이 말했다. “내 너에게 하품을 금지하노라.”

“그치만 나오는 하품은 참을 수 없는데요.”

이 말도 안 되는 선포에 어리둥절해진 어린 왕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긴 거리를 달려와서 온종일 한 번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요…”

“그렇다면 내 너에게 하품을 해도 좋다고 명하노라.”

라며 왕이 말했다.

“허허,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동안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본 적이 없었구나. 하품하는 네 모습에 짐도 신기하노라. 그래, 좋다. 어여어여 더 하품을 해보거라. 짐은 네게 하품을 거듭할 것을 명하노라. 하품해라. 하품해. 자! 이건 명령이노라.”

“아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너무 무서워져서… 더 이상 하품을 못 하겠어요…”

어린 왕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험! 어험!”라며 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짐은… 네게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떨 때는 하품을 하지 말라고 명하노라…”

왕은 이제 조금 말까지 더듬거리시는 것으로 보아 이 당돌한 어린 왕자에게 나름 좀 화가 단단히 나신 듯 보였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왕들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다들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불복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절대군주였다.

또한 그는 매우 선량했으므로 나름 그런 절대군주 질서가 통용되는 가운데 나름 합당하면서도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리곤 하였더랬다.

평소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이 왕의 별에서도 틈만 나면 왕은 연습하며 말하기를,

“만약 짐이 장군에게 ‘바닷새로 변신하거라’라 명령을 내렸는데 그 장군이 기껏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해당 장군의 잘못이 아닌 게로다. 오로지 그 명령을 잘못 내린 짐의 잘못인 게다.”

라고, 늘 말할 정도로 타당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제가 좀 앉아도 될까요?”

라며 어린 왕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에게 앉아도 좋다고 명하노라.”

그렇게 대답해준 왕은 자칫 자신의 담비 가죽 망토 한 부분을 살짝 끌어 위엄 있게 뒤로 젖혀 주어 공간을 내 주었다.

그 바람에 왕의 별이 그 보드라운 본모습을 좀 드러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별이 어린 왕자의 생각보다 너무도 작았던 것이다.

그가 생각했다.

‘대체 왕은 무엇을 다스린다는 것이지?’

“폐하,”

라며 그가 말했다.

“스스로 질문해서 죄송한데요. 그치만, 한 가지만 딱 하나만 여쭤도 되나요…”

“너에게 질문해도 좋다고 명령하노라.”

라며 왕이 서둘러 말했다.

“그럼, 폐하 질문하겠사옵니다. 별이 이렇게 작은데 왕께서는 대체 무엇을 다스리고 계신 건데요?”

“모든 것에 대해 다스리지.”

라며 왕은 간단히 대꾸했다.

“모든 것요? 어디에 있는 모든 거요?”

왕은 이제 신중한 몸짓으로 자신의 별은 물론 저 하늘 위의 다른 수많은 행성과 별들까지를 죄다 가리켰다.

“저 모두 다를요?”

라며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래 저 모두 다에 대해 다스리고 있도다…”

라며 왕이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절대군주였을 뿐만 아니라 전 우주적인 군주였기 때문에 가능한 사실이었다.

“그럼, 저 별들도 당신에게 기꺼이 복종하나요?”

“물론이고말고.”

라며 왕이 말했다.

“저들은 언제나 늘 복종하고말고. 난 규율을 어기고 무질서해지는 것을 절대 용납지 않거든.”

그 못할 일이 하나도 없이 다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어린 왕자도 감탄하고 말았다.

만약 그에게도 그런 권력이 있으면 의자를 뒤로 더 끌어당기는 수고를 매번 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44번이 아니라, 숱하 게 많은 72번, 아니 더 많은 100번, 아니 더더 많은 수인 200번까지도 해가 지는 풍경을 마냥 바라볼 수도 있지 않겠던가!

그러자 방금 막 버려두고 온 자신의 훨씬 더 작은 별에 대한 소중한 추억들이 마구 샘 솟아나며 그는 조금 슬퍼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 왕에게 청들 좀 드릴 수밖에 없었다.

“지는 해를 보고 싶어요… 제게 기쁨을 내려 주세요… 해보고 지금 져달라고 명령해 주세요…”

“짐이 곧 어느 장군보고 ‘이제부터 그대는 나비가 되어 보이거라.’ 혹은 ‘나비가 된 후 한 떨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녀 보거라.’ 혹은 ‘연극 무대 공연에 쓸 비극 작품을 한 편 오늘 내로 써보거라.’ 혹은 ‘아까 내가 명령했는데 아직도 안 변하고 있구나, 어여 바닷새로 변신해 보거라.’라고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 장군이 내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하루 이틀 뒤에도 쉬이 복종할 뜻을 내비치지 않는다면 그럼 그건 내 잘못일까, 그의 잘못인 거겠니?”

“폐하의 잘못이요.”

라며 어린 왕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옳다구나, 바로 그거란다. 제아무리 힘센 왕이라도 각자가 무리 없이 이행해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왕은 재차 말했다.

“이성의 든든한 지지 위에 세워진 권위가 아니고서는 그 힘도 오래 지속될 수 없거든. 그러니 어떻겠니? 권위도 이런 나약해 보이는 저들 백성들 하나하나의 이성에 달려 있는 것을. 그럼에도 네가 너희 백성들보고 ‘지금 당장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던져 보거라.’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아마 그들은 지금 당장 혁명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디까지나 내 명령도 합리적이라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저들 하나하나 보고도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법이란다.”

“그럼, 해가 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 방금 제 청은요?”

한 번 질문을 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어린 왕자가 거듭 그 청이 생각난 듯 졸랐다.

“해가 지는 모습을 지금 꼭 보고 싶다고? 그렇담 내 할 수 없지, 보게 해줄 수밖엔. 그치만 내 통치 방법에 따른다면 이는 너와 내가 그리고 해가 지는 그 상황의 요건이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이노라. 그런 조건이 다 갖추어진 다음에서야 그걸 확인한 다음 짐은 해보고 해가 지라 명령을 내리겠노라.”

“아니 그게 언제인 줄 알고요?”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험! 어험!”

라며 왕이 재차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 다음 왕은 커다란 달력을 하나 펼쳐 보이곤 한 참이나 살펴본 후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흠… 보자… 그러니까 그게 대략 오늘 저녁하고도 7시 40분이 조금 지난 시간이겠구나! 좋다. 그럼, 그때 가면 너도 지는 해가 얼마나 내 명령에 순종적으로 잘 따르는지를 볼 수 있다 내 확신하노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린 왕자는 거듭 하품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이 별에서 왕과 말씀을 나누느라 벌써 놓쳐버린 해 지는 모습을 못 봐 너무도 아쉬웠더랬다.

그리고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사실 그는 조금 전부터 무척이나 지루해졌다.

“그렇담 저는 이제 여기서 더 할 일이 없겠네요.”

라며 그가 왕에게 말했다.

“다시 길을 떠나보겠어요!”

“아니다 아니다. 떠나진 말거라.”

여태까지 아무도 없는 빈 별을 통치해 오다 기껏 신하 한 명을 가지게 된 것이 자신이 봐도 너무도 대견하던 찰라였던 것이다.

왕은 거듭 말했다.

“떠나지 마라. 그 대신 내 너를 대신으로 삼아주꾸마!”

“대신이 뭔데요?”

“왜 있잖느냐… 재판을 하는 법무 대신 같은 사람 말이다!”

“그치만 재판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걸요!”

“그건 아직 모를 일인 게지.”

라며 왕이 말했다.

“본인이 아직 이 왕국을 다 둘러본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제 짐도 나이가 거듭 들어 늙어서리 마차를 어디에 메어 두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구나. 그렇게 또 기껏 마차를 끌고 온다 해도 좀 돌아다니고 나면 과연 또 그걸 어디다 매어둘지 과연 이곳에서 그런 자리는 찾을 수야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무릎이 아파서 걸어 다니기도 피곤하고 말이다.”

“오! 저는 이미 왕님의 별을 다 둘러보았는데요, 지금 방금요 이렇게요.”

그러면서 별의 한쪽 편을 허리 굽혀 바라보던 어린 왕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다른 한쪽 편의 별을 다시 한번 살피려 몸을 살짝 굽히며 재차 말했다.

“여튼 저쪽이든 이쪽이든 어 별 어디메에도 아무도 없는걸요, 폐하…”

“그럼 네 자신을 재판하면 되잖니.”

라며 왕은 말했다.

“자기 스스로를 판별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법이니까. 어떻겠니? 여기 남아서 이제부터 다른 누구보다 그대 자신을 온전히 재판해 보는 것이. 또한 그게 가능해, 결국 언젠가는 네가 네 자신을 잘 재판해 볼 수 있는 것에 성공한다면야 그거야말로 네 자신이 참스승, 이제부터 지혜로운 자가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니.”

“아이참,”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는 어디메에서든 제 자신을 판별할 수 있다고요. 굳이 그걸 여기서만 해줄 필요는 없다고요.”

“어험! 어험!”

라며 왕이 말했다.

“짐의 별 어딘가엔 늙은 쥐 한 마리가 살고 있노라. 근데 그 쥐는 밤마다 사부작거리노라. 그러니 넌 이제부터 그 늙은 쥐를 이 왕을 위해 재판해보거라. 때때로 그 쥐에게 사형을 내려도 좋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생명이 온전히 네 재판에만 달린 중차대한 문제이지 않겠니. 다만 그에게 매번 특별사면을 내려 사형 전에 반드시 풀어주어 그 생명만은 아껴서 보존토록 해라. 어디까지나 미우나 고우나 이 별에선 단 하나뿐인 생명체이니깐.”

“저는,”

라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누군가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자신이 도저히 없어요. 아무래도 더는 안 되겠어요. 여기서 어서 떠나야겠어요.”

“아니 얘야 가지 말라니 그러네.”

이미 떠날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지만 그래도 어린 왕자는 이 늙은 왕을 마지막까지 섭섭하게 해드리고 출발하고 싶진 않았다.

“폐하의 명령이 어김없이 이행되기를 바라신다면 그렇담 제게도 지금 이 상황에 맞는 합당한 명령을 내려 주시면 되잖아요. 예를 들면 ‘짐은 너에게 1분 내로 떠날 것을 명하노라’라고 명령하실 수도 있겠고 말이에요. 지금 이 조건에 그 명령이면 딱 들어맞을 거도 같은데요…”

그래도 서글퍼진 왕은 내심 더 아무런 대꾸를 못하고 슬픔을 속으로 삼키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아직 그 모습을 진지하게 본인의 눈에 다 담을 수 없던 어린 왕자는 처음에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만 이내 큰 한숨 한 번을 쉬이 내쉬어 보이고는 길을 마저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때 왕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 너에게 짐의 별들 탐방 임무를 띤 전 우주적인 전권대사 임무를 하사하노라.”

그러면서 왕은 방금 자신의 재치 있는 대사 임명에 스스로도 재기발랄하게 감탄했는지 나름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셔.”

라며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어린 왕자는 또 다른 별들로 길을 떠났고 여행 도중 저도 모르게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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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그렇게 도착한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더랬다.

“오! 오! 저기 나의 허영심을 찬양하러 오는 사람이 또 하나 있군!”

라며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단박에 꿀떡 넘어가 멀리서부터 외쳤다.

그렇게 허영심 많은 사람에겐 모두가 자신의 허영심을 찬양해 주는 숭배자들이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재미난 모자를 하나 쓰고 계시네요.”

“답례란다,”

라며 허영심 많은 사람이 대꾸했다.

“이건 너희 같은 숭배자들에게 하나하나 찬탄의 호의를 담아 내가 굳이 예의를 갖춰 답례를 해주기 위함을 잘 드러내 보이기 위함이지. 다만 불행하게도 이리로 잘 통과하는 사람이 없어 한탄인 게고 말이다.”

“아 그래요?”

좀 전부터 이 허영심 많은 사람이 하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서,

“두 손바닥을 한 번 마주쳐보겠니.”

라며 허영심 많은 사람은 나름 소상히 일러준다.

어린 왕자가 손뼉을 쳤다.

그러자 냉큼 허영심 많은 사람이 자시의 그 잘난 모자부터 들어 올리며 나름 최대한의 겸손을 갖춰 방금 손뼉 친 어린 왕자에게 경의를 표해주었다.

그것이 그가 말한 답례였던 것이다.

“어 이게 왕을 방문한 거보다 훨씬 더 재밌는데.”

라며 어린 왕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서 다시금 그는 손뼉을 마주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영심 많은 사람이 모자를 들어 올리며 답례로 재차 경의를 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손뼉치기와 인사 답례가 장장 5분이나 계속되자, 어린 왕자는 한 벌써 이 단조로운 장난질에 그만 이골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골이 난 어린 왕자가,

“그러다 모자를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시는 건데요? 답례로 모자를 들 수 없을 때 말이에요.”

라고 물었다.

그치만 허영심 많은 사람은 어린 왕자의 그런 말일랑은 전혀 듣지 못했다.

아니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겐 으레 자신을 한없이 칭찬해 주는 말 외에는 타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법인 게다.

그러곤 되려 허영심 많은 사람은 이렇게,

“그치 너는 정말로 나를 많이도 찬양해 주는구나. 그치?”

라며 되묻기까지 했다.

“아니 찬양은 또 뭔데요?”

“찬양한다는 것은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잘생긴 아름다움의 소유자이고, 가장 옷 잘 입는 최신 유행가이며, 가장 잘사는 부자이며, 가장 세련되게 똑똑한 사람이라 네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인정해 주었다는 의미인 거야.”

“하지만, 이 별엔 아저씨 혼자뿐이잖아요!”

“그래그래 우선 그렇게라도 나를 찬양해 줘서 나름 기쁘게 해주렴. 어여어여 나를 계속 칭찬하고 찬양하여라 어여어여!”

“물론 제 찬양이 필요하시다니 언제고 칭찬해 드릴 수 있어요.”

라며 약간 어깨를 좀 자기가 생각해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으쓱해 보이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치만 그는 이 말도 마지막에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그치만 그게 이 별에 혼자뿐인 아저씨에게 무슨 상관이시라고요?”

결국 어린 왕자는 왔던 것보다 더 빨리 그 별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죄다 정말 알 수 없어. 어딘가들 다들 조금씩 좀 이상해.”

라며 어린 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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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번 방문은 아주 짧았던 것이다.

그치만 이 방문으로 인해 어린 왕자는 이후 깊은 우울에 스스로 빠져들고 만다.

“여기선 뭘 하는 건데?”

라며 그가 술꾼보고 말했다.

물론 그 술꾼 말없이 자기 앞에 수북이도 많은 빈 병 무더기와 술이 가득 들어찬 병들을 한 보따리로 갖다 놓고서 앉아 있었다.

“술을 마시지.”

라며 마음이 근심과 걱정으로 밝지 못하던 그 술꾼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마시는데?”

라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잊기 위해 마시지.”

라며 술꾼이 답했다.

“잊어? 무얼?”

라며 측은한 마음이 들어 재차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내가 부끄럽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란다. 그걸 우린 망각이라고 하지.”

라며 술꾼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아니 대체 무엇이 부끄러워서?”

그를 도와주고 싶어진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신다는 이 사실이 난 젊을 때부터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완전히 침묵에 잠기기 위해 술을 마시지.”

라며 술꾼이 술술 잘도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다 갑자기 뚝 또 정신이 술기운으로 혼미해졌는지 침묵에 잠겨 말을 멈추고 만다.

갑자기 술꾼이 입을 꾹 다물자 애써 난처해진 어린 왕자는 조금 뜸을 들이는가 싶다 어쩔 수 없이 그 별을 황급히 떠나고 말았다.

“정말 더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라니깐. 정말 정말 어른들은 죄다 다 이상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러 가던 도중에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이렇게 되뇌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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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이 네 번째 별은 사업가의 별이었다.

더구나 이 남성은 너무도 바빠서 어린 왕자가 먼 여행길에서 도착했을 때조차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담뱃불이 꺼지셨네요.”

“셋 더하기 둘을 하면 다섯. 다섯 더하기 일곱을 하면 열둘. 열둘 더하기 셋을 하면 열다섯. 안녕. 열다섯 더하기 일곱을 하면 스물둘. 스물둘 더하기 여섯을 하면 스물여덟. 어휴 담배에 불붙일 시간도 없네. 그러니까 다시 스물여섯 더하기 다섯을 하면 서른하나. 음 서른하나라 다 됐군. 후유! 그러니까 모두 더해서 총 5억 1백6십2만 2천7백3십1이 되는 거겠구나. 옳다구나 다 구했다. 이놈.”

“뭐가 5억인 건데?”

“엥? 너 아직도 거기 있었니? 아니지, 그게 아니지. 가만있자 내가 어디까지 구했더라… 그러니까 그게 5억 1백만… 이런 너랑 대화하느라 깜빡해서 더 이상 생각이 안 나 버리네! 이거… 원 이리도 바빠 나서. 난 중요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긴요한 일을 하지. 그러니 되지도 않는 말일랑 너랑 주고받을 틈이 없는 게야! 가만 보자 아까 어디까지 구했더라… 그러니까 둘 더하기 다섯을 하면 일곱…”

“뭐가 5억 1백만인 거냐고?”

한 번 질문을 던지면 절대 중간에서 포기하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또다시 물었다.

그제야 사업가가 고개를 들었다.

“허허 참, 내가 지금, 이 별에 살기 시작한 지가 자그마치 54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방해를 받은 적이 지금과 같이 딱 세 번뿐이었다. 첫 번째는 22년 전에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를 망할 풍뎅이 놈 때문이었던 거고. 그 끔찍한 소음에 난 하던 더하기를 총 4번이나 그날 하루 동안에 틀리고 말았지. 두 번째는 지금으로부터 11년도 더 전으로 갑작스레 내 무릎에 류머티스 관절염과 관련해서 통증 발작이 생겼던 거야. 그래서 손이며 다리며 온몸의 뼈마디들이 다 뻣뻣해져 날씨만 궂고 흐리면 욱신욱신 뼈마디들이 아프고 쑤셔와 통증으로 여간 고생하지 않았지. 물론 그 당시 내게 운동이 좀 부족하기도 했고. 산책할 시간도 없었으니 말 다 한 게지. 알겠니 이제? 난 진심이다. 지금 난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긴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그런데 지금 그 세 번째 방해꾼이 나타났다… 그게 누군지 알겠니? 그건 바로 지금 너! 그래 너야 너! 가만 보자 내가 지금까지 더한 모든 합이 그러니까 5억 1백만이었던 거고 그러니까 그게…”

“뭐가 5억 1백만인 거냐고?”

그제야 사업가는 오늘 하루는 계산하기엔 다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때때로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만 것들 말이다.”

“응 그러니까 파리를 계산하고 있던 거였어?”

“원 천만에, 더 반짝이는 작은 거 말이란다.”

“아하 꿀벌?”

“무슨 그런 곤란한… 아니지, 이리 한번 생각해보거라. 멍청한 게으름뱅이들도 하나 같이 그걸 올려다보며 꿈을 꾸게 하는 더 작고 더 황금빛 물씬 묻어 나는 내가 지금 진심인 그것. 한데 난 지금 엄청 중요한 일을 긴요하게 해야 하는 막중한 사람이거든! 이런 일로 너랑 얼토당토않은 공상에 잠긴 시간 없어.”

“아하! 이제야 알겠다. 그러니까 별?”

“옳다구나. 바로 그 별들인 게지.”

“아니 근데 5억 개나 되는 별들을 가지고 다 무얼 하게?”

“얘야, 말이야 한 번 바로 하자구나. 5억 개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5억 1백6십2만 2천7백3십1 개인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 모두를 더해주는 매우 중요한 사람인 거고, 이 일도 세상 그 어디메에서도 볼 수 없는 긴요한 직무인 거야. 또한 나는 이 일에 필요한 대단히 계산에 정확한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그 많은 별들로 무얼 하려느냐고?”

“무얼 하려느냐고?”

“네!”

“아니 대체 저 금덩어리들을 보고도 내게 무얼 하려느냐고 묻고 있는 애가 가 있다니. 난 아무것도 안 해. 그저 그들을 소유하고 있을 뿐인 게지.”

“네? 별을 소유한다고요?”

“그래.”

“하지만 내가 이전에 이미 만나고 온 어떤 왕은…”

“왕은 보통 사물을 제대로 소유하는 법을 모른단다. 그저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로 잠시 그것을 ‘다스리고 있을 뿐’인 거야. 이 세상의 가치가 물건으로 통용되는 이상 진짜 내 것인 ‘소유’랑, 잠시 남이 다스려주는 ‘다스림’은 염연히 완전히 다른 얘기인 거지.”

“그치만 별들이 저렇게나 많은 저들 다 소유한다고 어디가 쓸모가 있다고?”

“얘가 또 뭘 모르네. 어디가 쓰다니 부자가 되는 데 쓰면 되지. 저건 우릴 부자로 만들어 주는 보물이란다.”

“아니 부자는 또 어떤 도움이 된다고 그렇게 부자에 또 부자가 되려는 건데.”

“그렇게 모은 돈으로 또 다른 별이 발견되면 사면 되지 않겠니. 바로 그때 도움이 되는 거란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인 게지.”

‘아니 이 아저씨도 내가 좀 전에 떠나온 그 술꾼처럼 돌고 도는 말만 하네.’

라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둘이 비슷하다’고 느끼었더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니 별들을 무슨 수로 소유하게?”

“허허 얘가 점점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래 이리 한 번 생각해 보거라. 지금 저 많은 별들을 다 맡아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 거겠니?”

투덜투덜 사업가가 반박하며 되물었다.

“모르는데. 아무도 아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걸 내가 다 도맡아 소유해 주겠다는 것이다. 왜냐면 그런 소유의 의미를 제일 먼저 생각해 낸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으니까.”

“예끼, 그런다고 그게 아저씨 거가 돼?”

“물론이고말고. 너 한번 생각해보거라. 누구의 것도 아닌 다이아몬드 하나 발견했다고 쳐보자, 그럼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누구의 것도 아닌 섬을 하나 발견했다고 쳐보자, 그럼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세상에 없던 걸 맨 처음 생각 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쳐보자, 그 즉시 넌 그걸로 특허를 받을 거고, 그럼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그러니 이 경우도 마찬가지인 게지. 누구의 것도 아닌 저 별들을 최초로 소유할 생각을 나보다 먼저 한 사람이 이제껏 없었기 때문인 거야. 그러니 이제 저 별들은 죄다 내 소유라는 것이다. 알겠니? 이 내막을.”

“어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

라며 어린 왕자는 말했다.

“그렇다고 저 수많은 별들을 가지고 무얼 하는데?”

“관리를 한단다. 저들의 모든 개수를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일일이 그날그날 총합계의 별들 수를 수첩에 적어두지.”

라며 사업가는 말했다.

“이제 알겠니? 이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직무인지. 그러니 내가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게고, 그러니까 내가 중요한 사람이며 긴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게다, 이렇게!”

그 긴 설명에도 정작 그걸 다 들어준 어린 왕자는 하나도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아이참, 겨울 추위를 막아주고 한껏 우리네 멋을 내게 해주는 목에 두르는 머플러 목도리는 단 하나만 가져도 그걸 언제든 추우면 당장 내 목에 두르고 다니면 돼. 나에게 내 소유의 꽃이 있으면 언제든 그걸 따서 품속에 간직하고서 들고 다니면 돼. 그치만 별은 아무리 그 별이 소중하고 아저씨 거라도 우린 그걸 영원토록 딸 수가 없는 거잖아!”

“그럴 테지. 그러니깐 우린 그걸 은행 금고에다 맡겨 보관해 두는 것이 아니겠니.”

“그건 또 무슨 말인 건데?”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꾸나. 조금만 종이 쪼가리 한 장에 내 별들의 모든 개수를 세어 소중히 적어둔다는 의미인 거야. 바로 그 종이 쪼가리를 은행에 맡기면 그들이 금고에 잘 보관해 꼭꼭 잠구어 준다는 소리인 거고.”

“에게 그게 다야?”

“물론이다 이게 다란다! 아니 이 세상을 진정으로 소유하는 천재적인 방식의 거의 전부인 거고 말이란다.”

‘그거참, 재밌는 방식이네.’

라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아니 순간 동해져,

‘별을 그런 독특한 방법으로도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있다니’

나름 모든 것이 하나에 다 담겨진,

‘시 같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치만 웬걸 금세 그는 깨닫고 말았다.

“그치만 그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거랑은 중요한 연관이 있는 게 아닌 거잖아.”

역시나 어린 왕자가 말하는 그 중요하다는 일이나 방식은, 어른들이랑은 사뭇 그 진지함에서부터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애초 출발하는 생각의 시작점부터가 달렸던 게다.

“이런 작고 별 볼 일 없는 나도,”

라며 어린 왕자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서 물을 주는 사랑스런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어. 그러고 매주 그 구멍까지 박박 쑤셔가며 불기운으로 생긴 그을음을 청소해 줘야만 하는 생화산도 3개나 소유하고 있고. 더구나 나는 불 꺼진 사화산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난 이것도 주기적으로 청소해. 나중에 행여나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깐, 미리 위험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청소를 해주는 거야. 어쨌든 이 모두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내 화산들인 거고 내가 소유하고 있는 내 꽃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내가 화산을 소유하는 것과, 그리고 꽃을 소유하는 건, 화산과 꽃 그리고 내 자신 모두에게 이로움을 줘. 서로 도움이 된다고. 그러면서 우린 세상을 전보다 더 보기 좋게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있는 이 일에 동참하고 있는 거고. 필요할 땐 서로 보다듬어도 주는 서로 간의 쓸모인 거야. 그치만 저 많은 별을 소유한 아저씨가 실제 저들 별들한테 어떤 이로운 도움이 되었다는 건데… 그냥 아저씨가 저 별을 소유하기 전이나 그 이후나 저들 별들은 아저씨에게, 그러고 아저씨도 저들 별에게 서로 간에 아무런 쓸모도 도움도 주지 못한 전혀 남남인 거잖아…”

사업가는 당장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재차 열었다가 끝내 아무런 대답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어린 왕자는 그 별마저 떠나와야 했다.

‘정말이지 어른들은 다 희한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는 도중에 저도 모르게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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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그에 반해 다섯 번째 별은 무척 흥미로웠다.

아니 그건 어쩌면 지금까지 그가 방문한 별들 중 가장 작았는지 모른다.

거기에는 가로등과 가로등 켜는 사람 단 하나만 자리 잡고 있었으니깐.

어쨌든 처음 도착한 날,

‘하늘도 작고, 집도, 사람도 없는 이 별에서 대체 가로등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다고 자리하고 있는 게지?’

라며 어린 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속으로 말했던 게다.

“어쩌면 이 사람은 순 엉터리일지도 몰라. 그래도 내가 지나온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 그리고 사업가나 술꾼보다는 덜 어리석을지도 몰라. 적어도 그가 하는 이 일에는 어떤 의미는 담긴 듯하니깐. 그가 가로등을 하나 켜면은 그건 별 하나가 아니 꽃 한 송이가 새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과 같잖아. 그러다 시간이 되어 자신이 직접 가로등 불빛을 끄면 이번엔 그 꽃들이나 별들이 곤히 잠드는 것과 같고 말이야. 이거 참 아름다운 직업이다. 그래 이토록 아름다운 직업이라면 그건 이 세상에 진실로 유익한 것일게 틀림없어.”

그래서 별에 다가가자 그는 우선 가로등 켜는 사람한테 공손하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 아저씨. 근데 왜 지금 막 가로등을 켰어?”

“그건 일종의 명령이란다.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좋은 아침, 얘야.”

“명령이 뭔데?”

“그건 내가 방금 한 거처럼 때가 되면 일정하게 가로등을 끄는 거란다. 좋은 저녁.”

그러면서 그는 다시 불을 밝혔다.

“어, 왜 방금 또 가로등을 켰어?”

“일종의 명령이니깐.”

라며 가로등 켜는 사림이 대꾸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해할 필요가 없지.”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대답했다.

“명령을 받았음 따르면 되는 거니깐. 그래 좋은 아침.”

그러곤 다시 가로등을 껐다.

그러고는 힘들었는지 연신 자신의 붉은 바둑판무늬가 찍힌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 나갔다.

“난 여기서 힘든 일을 하고 있단다. 그치만 예전에는 고되기는 했어도 이리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단다. 그저 아침에 불을 껐다 다시 저녁 무렵이 되면 불을 밝히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럼 난 좀 나머지 시간들인 낮에는 쉬고 밤엔 잠까지도 잘 수 있었지…”

“그 뒤로 명령이 싹 다 바뀐 거라고?”

“아니, 바뀐 건 명령이 아니란다,”

라며 가로등 켜는 사림이 말했다.

“바로 거기에 이 비극의 시작이 있었던 게지! 즉 이 별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빠르게 돌게 되었지. 명령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젠 너도 보다시피 이 별이 1분마다 1번 도니 나는 그 1초도 쉴 틈이 없는 거란다. 1분마다 이 별의 가로등을 1번씩 켰다 다시 끄기를 반복해야 하니 말이다!”

“아 웃겨! 어떻게 아저씨 별에선 1분이 하루란 거야!”

“하나도 웃기지 않단다 얘야,”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너와 내가 이렇게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거진 이 별에선 한 달이 다 지났으니깐.”

“뭐 한 달?”

“그래. 30분이니깐. 이젠 30일째인 거지! 그럼 좋은 저녁.”

그러면서 그는 가로등을 다시 켰다.

어린 왕자는 그를 바라보며 명령에 이토록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이 진실한 가로등 켜는 사람이 너무도 좋아졌다.

그래서 예전 자신이 매번 의자까지 수시로 끌어당기며 해 지던 모습을 지켜보러 안달이던 게 떠올라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이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다.

“있지… 쉬고 싶을 때면 쉴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는데…”

“언제든이야 쉬고 싶지.”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은 언제나 성실하면서도 또 그와 동시에 언제나 게으름도 피우고 싶은 법이므로 그 말이 어린 왕자는 이해가 갔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계속 말했다.

“아저씨 별은 너무 작아 세 걸음 만에도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어. 그러니까 아저씨는 항상 햇빛 속에 있을 만큼만 내내 천천히 걸어주기만 하면 돼. 알겠지? 쉬고 싶을 땐 걸으면 된다고… 그럼 아저씨가 원하는 만큼 하루가 계속되는 거니깐.”

“계속 걷는다라? 그건 별로 도움이 안 되겠는걸, 얘야,”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넌지시 실망한 듯 말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 별에서 좋아하는 게 푹 자는 거거든. 긴 노동 후에 아무것도 안 하고 한동안 취하는 잠 말이다.”

“그거 안 됐네.”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안됐구나, 얘야, 잘 잤니?,”

라며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좋은 아침.”

그러곤 다시 그 사람은 자신의 보물인 그 가로등을 껐다.

더 멀리 혼자된 여행을 떠나면서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가 지나쳐온 왕, 허영심 많은 사람, 그리고 술꾼과 사업가들한테서 끊임없이 멸시를 받을 거야, 아마. 잠도 못 자고 자신의 일만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그럴 테지. 그치만 내가 보기에 이제껏 그들 중 가장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 사람이 유일했어. 이미 아마도 그 사람 혼자만이 유일하게 자기 자신이 아닌 우리 세계 다른 사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서 정성껏 자기 일을 돌보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섭섭해서였다.

“내가 친구로 사귈 수 있었던 유일한 사림인 게야. 그치만 그의 별은 너무 작아. 두 사람이 간신히 서 있기에도 모자라…”

아니 어쩌면 어린 왕자가 차마 다 털어놓고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던 건,

“이 별이 스물네 시간 동안이나 한 벌써 1,440번이나 해 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던 거의 이 세계 전부를 통틀어서도 가장 축북 받은 별이었다는 사실.”

에 있었던 것이다.

즉 자신의 별을 떠나온 지 이제 그 며칠 되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 그 누구보다 아니 그 무엇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몹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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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차라리 이 여섯 번째 별은 그 다섯 번째 별보다 10배는 더 큰 별이라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고 거기에 엄청 커다란 책을 쓰는 늙은 신사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옳다구나! 여기 탐험가가 하나 오는군!”

라며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 외쳤다.

어린 왕자는 책상 테이블 위에 앉아 조금 헐떡거렸다.

한 벌써 여행길을 이토록이나 많이도 다녔으니깐!

“어디서 오는 길이니?”

라며 늙은 신사가 물었다.

“이게 다 뭔데?”

라며 어린 왕자는 말했다.

“이 두꺼운 책들을 가지고 뭘 하던 건데?”

“난 지리학자란다.”

라며 늙은 신사가 말했다.

“지리학자? 그게 뭔데?”

“바다와 강 그리고 도시와 산 아니 그 너머의 온갖 사막 지대까지 죄다 어디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인 게지.”

“그거참, 재밌네,”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직업가를 잘 찾아온 거 같아. 멋진 직업이야!”

그러고는 그는 지리학자의 별을 한 바퀴 훅 둘러보았다.

정말이지 이토록 크고 산과 들이 경치 좋게 장엄한 별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별은 참 아름답구나. 그렇담 큰 바다도 있겠네, 어디야?”

“모른단다.”

라며 지리학자가 말했다.

“앗!”

라며 순간 기대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에 어린 왕자가 실망하며 말했다.

“그럼 산은?”

“그것도 모른단다.”

라며 지리학자가 말했다.

“아니 그럼 도시나 강 아님 사막은?”

“그것들도 죄다 모른단다.”

라며 그 지리학자는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 지리학자라며!”

“그건 맞다, 난 지리학자니까,”

라며 지리학자는 말했다.

“그치만 난 어디까지나 지리를 탐구하는 학자인 거지, 발로 뛰는 탐험가는 아니란다. 아니 차라리 여긴 탐험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발도 뛰고 나침반을 들고 다니고 도시나 강 그리고 산과 바다를 이곳저곳 더 큰 바다와 함께 누비고 다니고 사막의 개수까지 세러 보는 허드렛일은 어디까지나 우리 지리학자들이 하는 일들은 아닌 게란다. 왜냐면 그토록 우리 지리학자들은 이 길 찾아다니고 저 길 찾아다니며 어떤 날은 길도 헤매며 시간을 허드레로 낭비할 만큼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 매우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거든. 그러니 그렇게 한가로이 자연 풍경을 누리고 다닐 수 없었던 게지. 한시도 아 서재를 떠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우린 이렇게 서재에서 그들 탐험가들을 만나지. 그럼 우린 그네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막 탐험하고 온 그 기억들을 온전한 기록물들로 남기지. 그러다 탐험가가 너무 재미난 얘기를 마구 한다 싶으면 우린 조용히 그네들의 품행부터 조사해 본단다.”

“그건 또 왜?

“탐험가의 거짓말은 우리 지리학책들에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거든. 또한 그 탐험가가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가도 미리 확인해 봐야 될 중요한 사안이란다.”

“아니 그건 또 왜?”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술 취한 사람들은 눈에 이상이 생겨 사물들이 죄다 두 개씩 보이는 법이거든. 그럼 우리 지리학자들이 실제로 산 이 하나인데도 술 마신 그 탐험가들 말만 믿고 멀쩡한 장소에 산이 둘 있다 기록하게 될 테지 않겠니.”

“그런 사람을 한 명 알아요, 형편없는 탐험가가 될…”

라며 어린 왕자는 말을 삼켰다.

“그런 일은 무척 많단다. 그래서 우리 지리학자들은 먼저 탐험가들의 품행부터 좋은지를 확인해 본 다음에야 그네들의 발견물들을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하는 거란다.”

“아하 그땐 직접 가 본다는 소리였구나?”

“아니지. 그러려면 너무 번거롭잖니. 그러니 우리는 그제야 탐험가들 보고 증거물을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식이란다. 예를 들면, 큰 산을 지금 막 발견했다고 말하며 돌아온 탐험가 보고 그 증거로 큰 돌을 가져와봐라 요구하는 식이지.”

때마침 그러다 말고 급구 그 지리학자도 흥분하고 만다.

“오호 그러고 보니 너도 이제 막 제법 먼 곳에서부터 도착한 게로구나! 그럼 어디 너도 어느 별의 탐험가인 거니! 이제부터라도 시간 끌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네가 떠나온 그 별에 대해 설명해 주겠니!”

그러곤 지리학자는 다짜고짜로 공책을 하나 펼치곤 연필 여러 자루를 막 깎기 시작했다.

지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린 처음에는 탐험가들의 말에 연필로 받아 적고, 그들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 여겨지고 그 증거물로 들고 온 거도 나름 타당하다 생각되면, 그제야 잉크로 옮겨적는다.”

는 것이었다.

결국 연필들을 다 깎은 지리학자가 설레며 말했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

“아! 별로 재미없을 건데,”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무척 작거든. 다만 화산은 세 개야. 둘은 불이 붙은 활화산, 한 개는 불이 꺼진 사화산. 그치만 그 불 꺼진 사화산도 결국 나중엔 더 불이 붙을지 말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

“그래 나중에 다시 불이 붙을지 말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라…”

라며 지리학자가 받아 적다 말고 말했다.

“응 대신 내겐 꽃이 한 송이 있어.”

“그치만 우린 꽃은 따로 기록물에 첨부하지 않는데.”

라며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 그 예쁜 걸 마다해!”

“꽃은 금방 피다 금방 다 세상 속에서 사라지고 말잖니. 부귀영화도 덧없이 말이다.”

“부귀영화가 덧없다는 게 뭔데?”

“지리책은 모든 학문 중에서도 가장 으뜸에 선 진실로 가치 있는 책이란다. 암 중요하고 말고. 그러니 우린 최신 유행에도 한시도 뒤떨어지는 법이 없이 책을 낸단다. 산이 자리를 옮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잖니. 그럼 우린 그 산의 위치를 한 번 적어 놓으면 평생 그 산의 위치에 관해 최신 정보를 우리 지리책에 담게 되는 게지. 그린 이유로 바다도 절대 그 위치를 옮겨 다니는 법이 없을 테고, 그럼 우린 책에 그 바다 위치에 대해 딱 한 번만 적어 놓으면 평생 아니 영원토록 그 바다 위치에 관해서만큼은 절대 틀릴 수 없는 최신 정보를 지리책에 담게 되는 법이란다. 그런고로 우린 절대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들만 기록하게 된 거야. 부귀영화같이 덧없는 꽃은 뒤 순위겠고 말이다.”

“하지만 꺼진 화산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법인데도.”

라며 어린 왕자가 재차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니까 부귀영화같이 덧없다는 말이 뭔데?”

“내 말뜻을 이해 못 한 게로구나. 산이 그 자리에 있음, 그게 화산이고 말고, 아니 그 화산에 불이 꺼졌든 불이 다시 들어오던 그건 우리 같은 지리학자들에겐 매한가지인 게야,”

라며 지리학자는 말했다.

“알겠니, 우린 변하는 건 절대 책에 쓰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산이야, 그 위치를 조금도 옮겨 다니지 않을 바로 그 변치 않는 산. 그러니까 지리책엔 그 산이 1개로만 기록되면 탐험가가 갔다고 그 산 본연의 임무는 다한 거란다. 덧없음 없이 말이다.”

“아이참, 그러니까 그 덧없다는 게 뭐냐고?”

한 번 곤히 의문점을 품게 되면 좀체 다시는 스스로 그 질문을 거두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거듭 물었다.

“그건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라는 뜻이란다.”

“내 꽃이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그야 물론이란다.”

‘아 그러니 내 꽃은 덧없는 거였구나,’

라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세상에 맞서 자신을 보호할 무기라곤 단지 스스로 달린 가시 네 개밖에 없는! 그런데 난 바로 그 연약한 꽃을 별에 혼자 두고 온 거야!’

이것이 그가 여행을 떠난 후 첫 번째로 느껴본 후회의 감정이었다.

그러다 결국 다시 그는 용기를 냈다.

“그래 이제부터 어디를 가 보면 좋겠어?”

라며 그가 물었다.

“그야 당연히 지구라는 별이겠지,”

라며 지리학자는 대답했다.

“그곳은 아주 평판이 다들 좋더구나…”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꽃을 다시 생각하며 재차 길을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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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도착한 어린 왕자의 일곱 번째 별이 바로 이 지구였던 것이다.

게다가 지구는 단순한 별이 아니었다!

그 별엔 이미 111명의 왕, 물론 이 중에는 흑인 나라의 왕들도 포함한다.

7천 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사업가.

750만 명의 술꾼.

3억 1천1백만 명의 허영심 많은 사람 등등.

다시 말해 거의 20억 명이나 족히는 넘긴 듯한 수많은 어른들이 이미 자리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구의 크기에 대한 나름의 정직한 생각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말 한마디면 족하다.

“적어도 이곳 지구에 전기라는 행복한 발명품이 만들어져 사용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6개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 46만 2천5백11명이나 됨직한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이 한 일에만 종사해 오며 마치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어야만 했다.”

그래서 지구를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토록 화려했던 것이다.

이 가로등 켜는 무리들의 움직임은 마치 실사 군대와 같아서 오페라 발레단의 일사분란한 규칙적인 발레처럼 질서정연한 맛깔남이 있었던 것이다.

맨 먼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차례로 이 모든 일련의 순서들이 시작되곤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이 가로등을 다 켜고 집에 가 잠이 들었다.

그러면 이어서 중국과 시베리아에서 다시금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일련의 춤 시위가 전 지구적으로 시연이 되었다.

이후 그들마저 무대 뒤로 잠시 몸을 감추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그다음엔 어김없이 러시아와 인도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자기 차례가 되어 무대 위로 나타났다.

그런 다음에는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순번이 찾아왔다.

그 후 남아메리카의 사람들이 가로등 켜는 이 사람들의 순번을 이어받았다.

마지막으론 북아메리카 지역 사람들이 순서를 이어받아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역할을 수더분하게 이어나갔다.

이렇게 이들 모두는 저마다 시간만 달리해가며 지구라는 무대 장치 위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 가며 역사상 단 한 번도 틀리지 않는 정확성으로써 그네들 자신들의 이 중요한 책무를 하루하루 성실히 완수해 나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실로 전 지구적으로 모두의 안위를 위해 저마다의 직업군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오고 있더라는 무척이나 장엄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실로 대단하게도 말이다.

오직 북극 대륙에 단 하나뿐인 가로등을 켜는 사람과, 남극 대륙에 단 하나뿐인 그 동료만이 매사 한가롭고 천하태평하게 살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일 년에 딱 두 번씩만 가로등을 켜거나 꺼주는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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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일을 나름 눈치 빠르게 능숙하게 아니면 슬기롭고 재치 있게 처리하려다 보면 거짓말을 좀 하게 된다.

실로 앞서 말한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말한 대로 별로 정직하지 못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지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칫 우리 별에 대한 틀린 생각 하나를 심어줄 수 있겠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제 지구상에서도 가장 작은 부분만 차지하면서도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에 사는 사람 20억 명의 주민들이 마치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시작하듯 다닥다닥 붙어 서로 촘촘하게 서 있기로 한다면 길어봐야 왼쪽 오른쪽 가로 방향으로 30킬로미터, 위쪽 아래쪽 세로 방향으로 30킬로미터짜리 광장 하나에도 어림잡아 족히는 다 차고 들어갈 수 있겠기에 하는 소리다.

물론 그들 모두를 한데 데려와 태평양의 가장 작은 섬 위에 그 모든 인류를 다 밀어 넣을 수도 있겠고 말이다.

물론 어른들은 이런 말을 믿지 않을 게다.

어차피 자기들 같이 중요한 이들은 더 크고 많은 공간을 차지할 거라 생각할 테니깐.

알겠는가?

그들은 실로 자신들이 바오밥나무들처럼 중요하다고만 미루어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방금 내 얘기일랑은 살짝 빼고 그들 자신들 보고,

“직접 한 번 계산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라고 권해보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럼 무척 기뻐하면 여러분들은 대단히 기특해할 것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 계산을 좋아하는 것이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금 내가 한 황당한 계산 부분이 숫자 상 더하기 빼기가 맞느니 하는 문제로 시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일견 쓸모없는 소임인 게다.

어쨌든 여러분은,

“누구든 말을 잘 하려다 보면 거짓말을 조금씩 하게 된다.”

라는 내 이 말만은 믿어도 된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지구상에 최초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사람이라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에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던 게다.

처음엔,

‘내가 잘못해 다른 별로 왔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걱정했다.

때마침 그때 달빛 색깔을 한 고리 하나가 모래 속에서 살짝궁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안녕.”

하고서 어린 왕자가 무슨 생각에선지 무턱대고 말부터 걸고 보았다.

“그래 안녕.”

하고서 그 뱀도 인사했다.

“지금 내가 어느 별에 와 있는 거니?”

라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지구.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라며 뱀이 대답했다.

“아...! 그럼 이 지구상에는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구나?”

“여기가 사막이라서 그래. 사막엔 원래 아무도 안 살아. 그치만 지구는 무척이나 크단다.”

라며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돌 위에 살포시 앉아 하늘을 우러러 올려다보았다.

“나는 궁금해,”

라며 그가 말했다.

“저 밤하늘에 무수히 불 밝히는 별들도 자신을 떠난 주인이 그 별을 다시 찾아주길 바라며 온전히 저렇게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는 건지 싶어서… 저 봐, 마치 우리 위에 떠 있는 거 같잖아. 그치만 실상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겠니!”

“그래 네 말대로 그 별은 무척 아름답구나,”

라며 뱀이 말했다.

“여긴 무슨 일로 오게 된 거니?”

“어떤 꽃이 하나 있었는데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라며 어린 왕자는 말했다.

“아!”

라며 뱀이 대답했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에 첫 침묵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다 어딨니?”

라며 어린 왕자가 그 잠시의 머뭇거림도 참지 못하고 이내 말했다.

“사막은 좀 외로운 곳이구나 싶어서…”

“사람 한 가운데 모여 있어도 외롭긴 마찬가지야.”

라며 뱀이 대꾸했다.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넌 참 이상한 짐승이로구나.”

라며 마침내 그가 말했다.

“마치 내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고…”

“그치만 난 너는 물론 왕의 그 어떤 손가락들보다 더 힘이 세단다.”

라며 뱀이 대답했다.

그 말에 어린 왕자가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닌데, 별로 힘이 세 보이지가 않는걸… 발도 없어서… 여행도 다닐 수 없겠고 말이야…”

“그 대신 난 너를 그보다 더 먼 데로 보내버릴 수도 있지.”

라며 뱀이 말했다.

그는 그렇게 금팔찌처럼 온몸으로 어린 왕자의 발목을 휘어감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한 상태에서 누구든 내가 입으로 조금만 만져주기만 해도 그 사람은 이제 자신이 태어난 그곳으로 순순히 돌아가게 되는 거야.”

잠시 후 그가 휘감은 어린 왕자의 발목을 풀어주며 다시금 말했다.

“그치만 넌 순수하고 아득히 먼 별에서 온 거 같으니깐, 이번 한 번만 봐줄게…”

어린 왕자는 순간 너무도 무서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측은하긴. 넌 무척 지금 불쌍해 보여. 그리고 이 화강암 지대 일대의 척박한 땅인 지구에서 지내기엔 네 몸은 너무 연약해 보이고. 그치만 이거 하나는 장담해 줄게. 이 별에 머무는 동안 그 언제가 되었건 네가 떠나온 그 별이 온당히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그땐 언제가 되었건 내게 넌지시 알려만 줘. 그럼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을 테니깐. 그것만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응! 알겠어.”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근데 너는 언제나 이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만 하니?

“아니, 난 너를 위한 수수께끼로 이 땅에 온 거야. 그래서 네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던 거고. 그치만 원할 땐 말만 해줘. 내가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테니깐.”

라며 뱀은 더 못 알아들을 말만 했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 긴 침묵이 다시금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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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어린 왕자는 그 사막을 오래도록 가로질렀지만 결국 꽃 한 송이밖엔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건 꽃잎이 세 장 달린, 그저 볼품없는 그냥 꽃이었다.

“안녕.”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안녕.”

라며 꽃도 말했다.

“그 많다는 사람들은 어디에 다 있는 거니?”

라며 어린 왕자가 공손히 물었다.

사막에는 상품을 등에 실은 낙타 떼를 몰고 지나가며 각 지역의 특산물을 파는 상인들이 여럿 있다.

바로 요 며칠 전 그 상인 무리를 꽃은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낙타 떼 끄는 사람들? 몇 년 전 그때 보니까 내 생각에 6~7명은 족히 되는 것 같던데. 하지만 지금은 그들 무리를 이 사막 어디메에서 찾을 수 있는지는 나는 몰라. 그들은 평소에도 정처 없이 바람에 의지해 여기 머물다 저기 머물다 하거든. 아마도 그들은 뿌리가 없어서 쉽게 한곳에 정착하질 못하나 봐.”

“그러니 그럼 잘 있어.”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니 그럼 잘 있어.”

라며 사리를 판별할 능력이 없던 꽃이 그 말을 되풀이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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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이제 어린 왕자는 높은 산을 하나 오르고 있었다.

그가 아는 산이라곤 떠나온 별의 화산 세 개가 고작이었는데도 말이다.

무릎까지 오는 그 산들 중 그나마 불 꺼진 사화산을 걸터앉을 수 있는 걸상 의자로 사용한 게 그가 아는 산의 전부였다.

그치만 여기선 어느새 그는 이 높은 산을 다 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 높은 산이라면 일단 한 번 오르기만 하면 여기 별의 모습 전부와 사람들도 한꺼번에 모두 볼 수 있을 거니깐…’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치만 마냥 오른 그 산꼭대기에서 보이는 건 오로지 저 너머에도 똑같이 하늘 높이 솟아만 나 있던 더 빼족빼족 날카로운 바위투성이 산봉우리들 뿐이었던 것이다.

“안녕.”

라며 혹시나 싶어 어린 왕자가 외쳤다.

“안녕… 안녕… 안 안녕…”

라며 공허한 울림의 메아리만 온누리에 사무쳤다.

“너는 누구니?”

라며 어린 왕자가 소리쳤다.

“너는 누구니... 너는 누구… 너는 누구누구니…”

라며 또다시 허무뿐인 되울림만 산과 절벽 따위에 부딪혀 다시 반사되어 올 뿐이었다.

“내 친구가 되어줘. 난 지금 너무 외로워.”

라며 그가 말했다.

“난 외로워… 난 외로워… 지금 너무 외로워…”

또다시 얄팍한 산울림뿐이었다.

“별 이런 이상한 곳이 다 있지!”

라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곳곳이 너무 메마르고 빼족빼족해 삶이 아주 각박한 소금투성이 별 같은 데야.”

결국 그는 이렇게 나직이 혼잣말로 말했다.

“게다가 이곳 주민들은 상상력도 부족해. 굳이 이렇게 다른 사람이 한 말만 똑같이 되풀이하려들 뿐이잖아… 우리 별엔 꽃이 하나 있는데. 그 앤 매일 아침 내게 항상 다정히 말 걸어 준다고. 자기가 먼저 나서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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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그러던 찰나에 어린 왕자는 오래도록 모래와 거친 바위 그리고 눈 사이를 헤치고 나아간 끝에 마침내 길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뭐 물론 세상의 모든 길은 사람들 있는 곳으로 통하는 법이니깐.

“안녕.”

하고 그가 말했다.

장미꽃들로 한껏 차 있는 정원이었다.

“그래 안녕.”

하고서 장미꽃들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그네들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가 떠나온 별의 꽃처럼 빼곡히 닮아 있었더랬다.

“너희들은 다 누구인 거니?”

라며 화들짝 놀래서 어린 왕자가 그들에게 물었다.

“우린 장미꽃이라고 해.”

라며 장미꽃들이 다 같이 말했다.

“아!”

하고 그만 어린 왕자는 탄식하고 말았다.

그 대답에 그만 자기 스스로 무척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아버린 것이다.

‘세상에! 내 별의 꽃은 자기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인 줄 아는데. 자기와 닮은 꽃이 이리도 많을 줄은 미처 모르고 있는데… 그런데 이 정원에만 해도 그 애와 같은 꽃이 한 벌써 5천 송이는 넘다니!”

“만일 내 꽃이 이걸 보게 된다면 무척이나 상심하고 말 테야…”

라고 어린 왕자는 혼잣말을 했다.

“아니 어쩌면 자기도 이 많은 종류의 꽃들 중 하나일 게 탄로 난 그 일로 살 비웃음을 못내 피하기 위해 짐짓 심한 기침을 해대는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할지도 모르지. 그럼 나는 몇 날 며칠을 내 꽃을 간호해 주는 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지 않으면, 그 꽃은 그 사실을 알게 해준 내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고 정말로 죽으려 들지도 모를 일이야…”

그러곤 그가 또 이렇게 다시금 되풀이해 말하는 것이다.

“나만이 이 세상 전부인 독특하고 유일한 꽃을 가진 부자인 줄로만 여겼더랬는데. 이제 보니 그저 그 애도 평범한 장미 한 송이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그렇담 기껏 내 무릎까지밖에 닿지 않는 키 작은 높이의 화산 세 개는 아예 이곳에선 화산 축에도 끼지도 못하겠군. 게다가 그중 한 화산은 자신이 영원히 불 꺼진 사화산인 줄도 모르는 애인데. 그런 곳에서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왕자님이었다고. 실은 아무것도 못 되었던 게지. 뭐도 왕자님도…”

결국 어린 왕자는 풀밭에 배를 깔고 엎드려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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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바로 그때 여우가 나타난 것이다.

“안녕.”

하고 여우가 말했다.

“어, 그래 안녕.”

라고 돌아보며 어린 왕자가 공손히 답했다.

그치만 돌아본 자리엔 그 아무도 없었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숨어 있어.”

라며 좀 전의 그 목소리가 좀 더 나서며 말했다.

“네가 누군데?”

라며 어린 왕자는 말했다.

“아, 너 참 예쁘구나…”

“그래 난 여우라고 해.”

라며 여우가 말했다.

“그럼 너라도 좀 이리 와서 나랑 놀아주지 않을래”

라며 어린 왕자가 간청했다.

“난 지금 무척 슬퍼거든…”

“나는 지금 너랑 놀아줄 수 없어.”

라며 여우가 말했다.

“난 아직 네게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깐.”

“아, 그러니 미안해.”

라며 어린 왕자가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러다 잠시 다시 생각해 본 듯 재차 묻는다.

“근데 ‘길들인다’는 게 뭔데?”

“넌 내가 아는 여기 사는 애가 아니었구나.”

라며 여우가 말했다.

“대체 넌 여기서 뭘 찾고 있었던 거니?”

“나? 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다 다시금 공들여 묻는다.

“근데 아까 그 ‘길들인다’가 무슨 말이야?”

“그래 사람들은 대개 총을 가지고 다녀. 그걸로 주로 사냥을 하거든.”

라던 여우가 “딱” 자르는 식으로 좀체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말했다.

“당황스럽게도! 그들은 또 암탉도 키운단다. 그게 그들의 유일한 낙이겠고 말이야. 그래 너도 그 암탉들을 찾고 있었던 거니?”

“난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모두가 잊고 있는 말을 하는구나.”

라며 여우가 말했다.

“그게 바로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거든.”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

라며 여우가 말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떻겠니. 우리가 지금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넌 내게 다른 수많은 소년 아이들과 다름없는 어린 한 아이에 지나지 않는 거거든. 또 내가 그런 널 굳이 필요로 해 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나 또한 그런 네겐 아직 다른 수많은 종류의 여우들과 사뭇 다르지 않은 거야. 하지만 이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건 우리가 ‘이제부터 서로 필요로 해졌다’라는 말인 게야. 그러면서 넌 내게 지금부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지…”

“아 이제야 좀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거 같아.”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근데 내겐 꽃이 한 송이 있는데… 아마도 그 꽃도 나를 네가 말한 그런 식으로 길들인 거 같아… 슬프게!”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의기양양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선 모든 종류의 일들이 다 벌어질 수 있는 법이니까…”

“오! 그치만 그건 지구가 아닌걸.”

라며 어린 왕자가 답했다.

그러자 여우가 몹시도 그다음 사실을 궁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넌 어디 별에서 온 건데? 다른 별?”

“응, 그래 다른 별.”

“그럼 그 별에도 사냥꾼들이 있었겠구나?”

“아닌데, 전혀.”

“오 그거참 괜찮은 소식인데! 그럼 거긴 암탉들이 무척이나 많았니?”

“절대 그것도 아닌데. 전혀 없었어.”

“쳇, 역시나 완벽한 데는 없구먼.”

라며 못내 아쉬운지 여유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서야 여우는 자신의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서며 말문을 다시 꺼냈다.

“내 인생은 단조로워. 나는 암탉들을 쫓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쫓는단다. 그런 면에선 암탉들은 다 똑같아, 사람들도 다 비슷하듯이. 그래서 난 조금 삶이 지루해졌어. 그치만 네가 이런 나를 이제부터라도 길들이기 시작한다면 내 생활은 햇살 속에 있는 듯 환히 밝아올 거야. 활짝 꽃을 피우듯 말이야. 그럼 난 다른 발자국 소리와는 차별되는 너만의 온전한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될 테고.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들은 이제 나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하로 꺼져 숨어들게 될 테야. 그때에도 너의 발자국 소리만은 마치 내 귀에 향기로운 음악 소리처럼 들리며 땅 굴 밑에서도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내게 만들 테지. 그러니 봐봐! 저기 밀밭이 하나 보이지? 그치만 난 빵은 먹지 않는단다. 그래서 밀은 내게 하나도 쓸모가 없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무리 저런 밀밭을 넌더리 나게 본데도 아무 생각도 난 떠오르지 않는 게고.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 거니! 그런데 지금 네 머리칼은 죄다 황금빛 머리카락들인 거잖니. 그러니까 네가 이런 나를 길들인다면 이제부터라도 저 모두는 근사하게 바뀔 테야! 멋진 일이 일어나는 거지! 지금 너랑 나처럼 황금빛 밀알이 기억해 줄 추억처럼. 그래 이제부터라도 저 밀알이 하나하나 온통 금빛으로 물들며 내게서 너를 떠올리게 할 테야. 그럼 난 밀발 사이로 부는 ‘사부작’대는 바람 소리만 듣고도 눈물을 흘리며…”

순간 이 부분에서 여우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리곤 한참 동안이나 어린 왕자가 향긋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마지막 말을 다 마치면서…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여우는 이렇게 되뇌었다.

“그러니 제발… 이런 나라도 좀 길들여줘.”

“그러고 싶어. 무척이나 그러고 싶다고.”

라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그치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은걸. 친구들도 찾아다녀야 하고 알아볼 것도 많고.”

“우린 자신이 길들인 것만 알 수 있는 거야.”

라며 여우는 말했다.

“그러니 자신이 길들인 것 외엔 모르겠기에 지금 사람들은 더 알 수 없었던 게고, 이젠 하나같이 무엇을 더 알려고도 않게 된 거야. 그들은 상점에 있는 물건들만 살 줄 안단다. 그치만 세상 그 어디에도 진정한 우정을 파는 곳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누구도 친구가 없게 된 거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네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이런 나를 길들이면 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라며 어린 왕자는 물었다.

“참을성 있게 마냥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돼.”

라며 여우가 말했다.

“우선 나한테서 좀 멀찍이 떨어져서 저기 저 풀밭 위에 앉아 줄래. 넌 이제부터 거기서 곁눈질로 살금살금 내 동태만 살펴봐 주면 되는 거야.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야. 우리 말은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키우는 허튼 속임수일 때가 많거든. 그러니 넌 매일같이 조금씩 그렇게 지금처럼 다정히 한 발 한 발 내게로 가까이 다가와 주며 거기 그렇게 앉아만 있어주면 되는 거야… 지금처럼 그때처럼 다정히 소중하게 말이야!”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금 그 장소로 갔다.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라며 여우가 말했다.

“예를 들면, 네가 오후 4시에 이곳으로 들러준다면, 그럼 난 이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난 더 행복해질 테고. 그러다 혹 4시가 다 되면 벌써부터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할 만큼 걱정이 들겠지. 너라는 행복의 가치를 이 세월 속에서 알아버렸으니깐! 그러나 네가 오늘처럼 이렇게 아무 때고 오면 내가 몇 시부터 내 마음을 곱게 단정하고 있어야 될지를 내가 감도 잡을 수 없을 만치 모를 테잖아… 그러니 모든 일에는 의식이 필요한 거야. 나름의 예의 같은 거 말이지.”

“의식은 뭐고? 또 예의 같다는 건 대체 뭔 소리인 거야?”

라며 어린 왕자가 물음을 던졌다.

“그것도 사람들이 쉬이 잊고 있던 거야.”

라며 여우가 말했다.

“그것이 오늘 우리들의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어 주고, 오늘 이 한 시간을 다른 날들의 시간과 구별 짓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도 말이지. 예를 들자면 나를 쫓는 사냥꾼들 사이에도 그들 나름의 사냥에 나서기 전 꼭 행해야 될 의식이란 게 있어. 그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과 함께 근사한 춤을 춘단다. 그래서 그들에겐 목요일이 근사한 날이 된 거야! 뭐 물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인 거고 말이야. 왜냐면 난 사냥꾼들이 춤추며 휴식을 취하는 그때서야지만 땅굴 속에서 나와 편안히 포도밭으로 산책을 나갈 수 있거든. 근데 만일 사냥꾼이 아무 때고 춤을 추고, 또 그렇게 흐트러진 시간으로 아무 때고 사냥을 나선다면, 내 주변의 모든 게 뒤죽박죽 다 똑같아만 지게 되는 거지. 그럼 난 이렇게 어느 날 하루 포도밭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산보를 나갈 수 있는 휴가란 개념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는 걸 테고.”

이리하여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여나갔다.

그리고 세상의 만물이 다 그렇듯 이들 사이에도 어느샌가 이별의 시간이란 것이 다가왔다.

“아아!”

라며 여우가 어느샌가 다가온 그 이별을 맞이하며 나직이 되뇌었다.

“눈물이 나올 거 같아.”

“모두 네 잘못이야.”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너를 아프게 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어. 그치람 이런 내게 널 길들여달라 청한 거잖아… 이도 모두 네가 바란 거라고…”

“그건 그래.”

라며 여우가 말했다.

“근데 넌 지금 정말 울려고 하는 거잖아!”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러네.”

라며 재차 여우가 답했다.

“아니 그럼 넌 나를 만나서 전혀 얻은 게 없었던 거잖니!”

“얻는 게 있지, 왜 없어.”

라며 여우가 말했다.

“널 만나고 내 느낌에 다가오던 밀밭의 색깔부터가 달라졌는데.”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인 후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보려무나. 그럼 너의 장미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될 테니. 그리고 다시 내게로 돌아와 줘 작별 인사를 해줘. 그럼 내가 너에게만 알려주는 비밀 얘기 한 가지를 선사해 줄 테니.”

그렇게 어린 왕자는 다시금 장미꽃들로 한껏 차 있던 그 정원으로 찾아갔다.

“아, 이제 보니 너희들은 내 장미꽃과는 조금도 닳지 않구나. 그렇다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거야.”

라며 어린 왕자가 장미꽃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너희 꽃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 또한 아직 아무도 길들이질 않았으니깐. 너희는 예전 내가 사귀기 전의 낯 모르던 여우와 같아. 그냥 그것은 다른 수많은 동료 여우들과 똑같았던 어느 한 마리에 불과한, 그냥 여우였던 거뿐이야. 그치만 곧 그 애를 내 친구로 만들면서,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뿐인 유일한 여우가 내게 되어 주었던 거야. 친구로서 다정히.”

그러자 장미꽃들은 무척이나 당황해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아무도 너희를 그리고 너희도 아무나를 딱히 더 길들인 건 아니기에, 지금 그런 너희의 멋들어짐도 마냥 텅 빈 공허함과 속절없이 마찬가지인 거야.”

라며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누구도 ‘너희들이 소중하다며 너희에게 길들여졌다’며 죽으려 들지는 않을 테니깐. 물론 내 장미꽃도 우연히 그 장소를 지나가게 된 수많은 여행자들에겐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그저 또 하나의 평범한 꽃으로만 보일 뿐일 테지. 그치만 바로 그러기에 그 한 송이의 장미꽃이 내겐 너희 오천 송이 장미 전부보다 더 소중해. 그런 그 애에게 내가 매일같이 물을 준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나이기에 그건 그래. 그런 그 애에게 매일같이 보호막이 되어줄 바람막이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걱정해 준 게 다름 아닌 바로 나이기에 그건 그래. 그런 그 애에게 애벌레를 잡아준 것도 다름 아닌 바로 나이기에 그건 그래. 또한 그 애벌레가 나중에 커서 나비가 되어 내 장미꽃을 돕게 두2~3마리 안전히 남겨준 것도 다름 아닌 나이기에 그건 그래. 불평을 한다고 자랑을 늘여놓을 건 없어. 때로는 말 없는 침묵이 묵묵히 우릴 더 부엉켜 안아 줄 때도 있으니까. 그치만 그렇게 누누이 마음속으로 내가 그 애 앞에서 했던 불평도 자랑도 나댐도 삐쳐서 하던 침묵도 모두 내 꽃과 관련된 것이기에 더없이 차별되는 길들여짐이었던 거야. 이젠 알겠니? 내가 경험한 이 모든 감정과 경험이 하나하나 죄다 서로 연관되게 모여 한데 합쳐져선. 결국 그 애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작고 소중한 친구인 내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이젠 잘 있어. 잘 있어줘야 해, 부디.”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작고 소중한 너도 잘 가려무나, 부디.”

라며 여유가 말했다.

“그치만 내 비밀은 이것이었어. 너만큼이나 작고 중요한 소식이지. 그건 바로 이 세상의 소중한 것들은 죄다, ‘마음으로만 보아야지 더 잘 보이게 된다’라는 거야. 또한 그게 소중하면 할수록 이제부터 더 네 눈엔 쉬이 띄지 않을 거란 거고. 정작 세상의 중요한 건 눈으론 안 보이고 마음으로만 보이게 될 거란 사실. 앞으로 더. 네가 어른이 되어가면 갈수록 더더욱 말이야. 이게 내가 나를 길들인 대가로 내 진정한 친우에게 알려줄 수 있던 마지막 이 세상의 비밀이었던 게지.”

“가장 중요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만 보인다.”

이 말을 우리의 어린 왕자는 잘 기억해 두었다가 언제고 머릿속으로 되뇌어나갔더랬다.

“알겠니? 네 장미꽃을 그토록 네게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들 때문이었던 거야.”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들 덕분이라고… 전부다.”

라며 어린 왕자는 그 말 또한 앞으로 잘 기억해 두기 위해 되풀이해서 스스로에게 다짐해 나갔다.

“근데 사람들은 그 단순한 진리마저 물질적인 행복에 겨운 나태함에 지금 다들 잊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잘 살수록 풍요로워질수록 그들의 생활에서 정작 가장 필요한 진정한 우정을 나눌 친구를 쉬이 구하지 못해 속절없이 이 발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스스로 자기 안으로만 깊숙이 떨어져 내려갔던 거야. 외로움을 느끼며 자기 삶에 일말의 양심적인 행동거지의 챙김도 없이. 방황하며 시간을 낭비하면서 말이지. 그러니 넌 그런 어른이 되더라도 결코 방금 한 내 말을 잊지 말라는 거야. 아니 이걸 잊으면 안 돼. 그러고 네가 이제부터 길들여나가는 모든 것에는 너와 똑같이 언제고 무한 책임도 같이 따르는 것이라는 것도 다 같이 명심해 둬야 해. 그러니 너는 네가 떠나온 그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그것도 무제한적인 영원한 책임 말이야…”

“내가 길들인 내 장미꽃에 대해서만큼은 그 길들임 보람으로 주인인 내가 무한 책임을 가지게 되는 거라고…”

라며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그 말을 잘 가슴 속에 새겨넣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한 번 두 번 그렇게 마냥 흘러가는 시간의 개울 속 “찰랑찰랑” 선선한 물결 소리만큼 되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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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안녕.”

하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려무나 안녕.”

하고서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말했다.

“여기선 뭘 하는데?”

라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손님들을 천 명씩 이 기차로 저 기차로 탈 수 있게 안내해 준단다.”

라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말했다.

“그런 다음이면 그들을 실은 기차들이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먼저 갈지를 정해주는 일이 우리들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들이 하는 일인 게지.”

바로 그때 천둥처럼 불을 환하게 밝힌 급행열차 한 대가 쏜살같이 바람을 가르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다루던 불빛 반짝이는, 기찻길은 선로 방향 조종하는 상자인 ‘스위치 박스’를 요란하게 흔들곤 지나갔다.

“아이고, 귀청 다 떨어지겠네. 저들은 엄청 바쁜가 봐.”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대체 저들이 다 뭘 찾고 있기에 그런 거야?”

“그건 기관사도 모른단다.”

그 말과 동시에 곧 뒤이어서 반대쪽 방향으로부터 불을 환하게 밝힌 두 번째 급행열차가 우레와 같은 소음을 내며,

“우르릉 쾅쾅!”

하면서 지나쳐갔다.

“아이고, 어안이 다 벙벙하네. 그래 이제 저들이 돌아오는 거야?”

라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좀 전의 그 사람들이 아니란다.”

라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넌지시 일러주었다.

“서로 살아가던 자리를 바꾸는 것이라 이해하면 받아들이기가 좀 쉽지.”

“그럼 저들이 죄다 자신들이 살던 곳이 싫어서 만족 못 해서 떠나는 거라고?”

“원래부터 이 세상은 자신이 사는 곳에 만족하는 이들이 별로 없었단다.”

라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말했다.

그러자 불을 안에서부터 더 환하게 밝힌 그 세 번째 급행열차가 순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저릿저릿 쿵쾅 우르르 쾅쾅 쌔앵!”

하는 소리를 연달아 내며 내달려 지나쳐갔다.

“그럼 지금 이 사람들은 먼젓번 사람들을 따라잡으려고 내달리고 있는 거겠네?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니란다. 저들은 아무도 쫓지 않는단다.”

라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말했다.

“그저 고된 하루의 노동으로 잠을 청하고들 있거나 하품을 해대고 있는 게지. 물론 그나마도 아이들만은 유리창에 코를 쏙 박고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 세상 밖 풍경을 호기심 어리게 담아내고 있겠지만.”

“그래요. 자신이 무얼 찾고 있는지 아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린이들뿐이죠.”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물론 그런 순수한 아이들마저 누더기 인형을 사달라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만요. 그러다 혹 인형이라도 갖게 되면 이젠 그게 그 아이의 세상 전부가 되어서는. 누가 잠시 거기에 손이라도 갖다 대거나 빼앗는 시늉이라도 하면 ‘우아앙’하고서 온 세상이 다 떠나갈 듯 울음을 펑펑…”

“갖고 싶어도 울고 빼앗겨도 운다라,”

라며 ‘철도 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직원’이 말했다.

“그런 면에서 참 복 받은 영혼이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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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안녕.”

하고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안녕.”

라며 장사꾼은 말했다.

그는 목마름이라는 갈증을 해소해 주는 알약을 파는 사람이었다.

“1주일에 그 알약 한 알씩만 먹어도 영영 두 번 다시는 목마름을 못 느낀다.”

고 그는 말했다.

“근데 그걸 굳이 왜 파는 건데?”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우리네들의 시간을 굉장히 많이 절약해 주니깐 그렇지.”

라며 장사꾼이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만 이 약을 먹게 되면 자그마치 1주일마다 53분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더구나.”

“아니 굳이 그 남은 53분쯤으로 대체 또 무얼 더 하게?”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더 하면 되지…”

“나라면,”

라며 어린 왕자가 다시금 길을 나서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사용 가능한 53분쯤의 여유를 가지고 진짜 샘물 있는 곳을 찾아 천천히 길을 나서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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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그렇게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 사막으로 불시착한 지 여드레가 지나간 날, 나는 이 비축해 둔 마지막 한 방울의 물까지 다 마셔가는 가운데 그 목마름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는 알약 파는 장사꾼 얘기를 전해 듣게 된 것이다.

“아이참, 이거야 원!”

라며 내가 어린 왕자보고 말했다.

“그래 네 추억담도 참 아름답구나 그래. 그치만 난 아직 이 멀쩡하지 못한 비행기마저도 제대로 하나 수리하지 못한걸. 더구나 이제 마실 물까지 다 떨어지고 없고 말이다. 이리 된 마당에, 분명 네 말처럼, 샘을 향해 천천히 이제부터라도 걸어가 볼 수만 있데도, 그래 네 말을 빌리자면 ‘참 행복하겠네!’라고 싶구나.”

“내 꼬마 친구 여우는…”

라며 그가 내게 말했다.

“얘야, 그치만 아니라니깐 그러네. 지금 죽고 사는 목숨이 달린 거라고. 한가하게 네 여우 얘기나 듣고 있을 때가 아냐!”

“어째서?”

“어째서긴, 지금 목이 말라 다 죽게 생겼는데 어째서는 무슨 어째서란 말인 거니…”

그럼에도 그는 한참 동안이나 내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인 거 같았다.

그가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다 죽어가더라도, 친구가 하나 있었다는 건 마냥 행복한 일인 거야. 난 그래서 여우 친구가 있었던 게 정말 기뻐…”

‘아무래도 얘는 진정한 위험이 뭔지는 짐작도 못하고 있는 거로군.’

라며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저 더 이렇게 말이다.

‘그럼 이 얘는 우리랑도 다르게 배고픔도 목마름의 갈증도 쉬이 느끼지 못하나. 이렇게 햇빛만 조금 있음 충분한가 봐…”

바로 그때 그 애가 내 속마음을 안다는 듯 이렇게 대꾸했다.

“아니 나도 목말라… 천천히 많이. 우리 우물을 찾아 나서 봐…”

“그건 소용없어.”

하며 내가 제지하는 몸짓을 해 보였다.

‘아니 당장에 목이 말라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물을 찾아 나선다는 말인가.’

나는 생각했다.

‘게다가 이 광활하게 넓은 사막 그것도 이 한가운데에서 물을 마시겠다고, 있는지 없는지도 사뭇 모르는 우물물부터 찾아 나선다는 건 황당하다 못해 목숨부터 앗아갈 수 있는 터무니없던 짓이었기 때문이다.

“뭘 어쩌겠느냐…”

그 말이 나오게 우린 어느새 우물을 찾아 길을 나서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우린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아니 터무니없이 밤길을 내딛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우리 앞길을 반기려는 듯 어느샌가 어둠이 깔렸다.

그걸 기미로 별들이 밤하늘에 송송 그 환한 불꽃 보드라움을 내보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갈증 때문에 열도 좀 나는 듯했고, 또 어찌 보면 저 별들의 환함 때문에 마치 이 모두가 꿈속처럼만 보였더랬다.

그러면서 희미해져 가는 정신의 메아리만치 좀 전에 해준 어린 왕자의 지난 추억담들 이야기들이 그새 박힌 내 뇌리에서 춤을 추어가며 나를 더 혼돈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너도 목이 마르단 얘기였지? 뭐 물을 안 마시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고서 내가 물었다.

그치만 그는 내 이런 얼토당토않는 질문 따위엔 처음부터 아량곳도 하지 않는다는 듯 묻는 말엔 답 않고 이렇게만 넌지시 밝힐 뿐이었다.

“물은 마음이란 가슴에도 좋은 걸 테니까…”

또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이해 못 할 말만 잠시 내뱉곤 입을 닫아버린다…

그럼 그에겐 처음부터 질문을 해선 안 되는 요점들이라도 있었다는 겐다 싶었다.

결국 그렇게 하염없이 걷던 그도 지쳤음이 분명했다.

어느 한 곳에 자리를 가 앉았으니깐.

그로 인해 나도 그 옆으로 가 앉았다.

그렇게 잠시 우리 사이엔 짤막한 침묵만이 긴 여울의 시름마냥 차분히 대지의 조용함이 어느새 우리의 정신을 앗아갈 때쯤, 애처롭게 그 애가 다시 입을 벌리며 말했다.

“저 별들이 아름다운 건, 저마다의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한 떨기 꽃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그야 당연하지.”

라며 대답해 보이려다가 문득 휘황찬란하게 사방에서 들어오는 달빛 아래 이 주름진 끝없는 사막의 모래 언덕을 바라보며 그만 말문이 닫히고 말았다.

“근데 이 사막도 그만큼 아름다워.”

라며 알아들을 수 없을 만치 작게 그가 덧붙였다, 한껏 사부작대는 소리로, 기운 없이…

그치만 그건 사실이었다.

그게 또한 내가 이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의 사막을 사랑한 이유인 거였다.

사막 위에 앉아 있음 실상은 그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또 우린 아무것도 듣지 못해 귀만 하염없이 “멍멍”

해질 뿐이다.

근데 바로 그 고요함의 침묵 속에,

“조용히 우리 영혼에 다가오며 불을 밝혀주는 정신의 차분하니 고용한 여운.”

이 있었던 것이다.

뭔가 조용히 불 밝히고 있는…

“그럼 사막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도…”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 어디메인가에 한 줄기 샘물을 감추고 있어서겠네.”

나는 그제야 이토록 넓은 사막에서 그 한가로운 빛줄기마냥 새삼스레 간헐적으로 빛나던 것이 다 어린 왕자가 지금 언급하고 있는 샘물인 걸 깨닫고 흠칫 놀라버리고 말았다.

거짓 없이 오래도록 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무척이나 낡았던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 무너져갈 듯한 오래된 집에는,

“옛날 옛날에 아주 먼 옛날, 어느 요정이 이 대저택에 보물을 하나씩 가져와 감추기 시작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요정 혼자서는 도저히 다 옮기지 못할 큰 보물처럼 된 거야. 그래서 결국 다른 요정 친구들까지 힘을 모아 이 대저택 지하에 보물들을 가져와 모으기 시작했단다. 바로 이 집 지하 창고 그 어딘가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다 발견해 가져가지 못한 무수히 많고 많은 옛 전설의 귀중품들이 지금도 수북이 쌓여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단다…”

라는 우리 할머니의 정든 이야기 소리에 오늘도 내일도 반응하며 같이 전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린 끝끝내 그 이야기를 다 전해 들을 때까지도 그 땅속 깊이 있다는 요정님들의 보물창고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런 허무맹랑한 보물 이야기들은 언제고 내가 그 당시 어릴 적이나 다 자란 이후 어른이 되어서나 옛 추억 전체를 다 아우르는 크기로 남아 우리 집에 향긋한 기억과 사랑 여남은 향연의 매력을 차고 넘치고 하고 있었더랬다.

“그래 실은 세상 어디메도 아닌 바로 우리 정든 옛날 집 그곳 가장 깊숙한 곳이야말로 세상 전체의 보물들보다 더 값지고 귀중한 진짜 우리네의 보물인 옛 추억이 간직되고 있었던 거야…”

라며 나도 모르게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

라며 난 어느샌가 어린 왕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정든 옛집이고, 그게 비록 다 쓰러져갈 정도로 오래된 집일지라도, 혹은 별처럼, 또는 이곳 사막처럼, 그리고 저들 모든 것처럼 세상을 진정으로 아름답도록 하는 진실한 것들은 죄다 우리네 눈만으로는 볼 수 없었던 거지!

“아! 아저씨도 내 여우와 같은 생각이라 기뻐.”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고단함에 이끌려 결국 “스르르” 쓰러져 잠이 들게 되었을 때,

난 어디선가 뭉클 눈물 한줄기가 쏟아 두 뺨에 흐르는 것을 느끼며,

“번쩍”

하고서 잠든 그 애를 안아 엎고 다시 무거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아니 시리도록 아팠다.

아니 아픈데 정갈하니 여미며 내 시름을 온 누리로 달래주는 듯 보였던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이토록 작고 소중한 보물을 안고 걸어가고 있는 지금 이 느낌이라니.’

라며 난 느꼈다.

아니 근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실토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달빛 아래 창백한 이마, 감은 눈, 바람에 사부작 나부끼는 그 애의 얇은 머리카락…’

이 모두를 바라보며 난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보이는 건 단지 껍질일 뿐이야. 나무껍질. 우리네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결코 두 눈으론 확인할 수가 없었던 법이지. 그건 오로지 우리 정갈한 마음의 눈으로만 들여다봐야 되었던 거라고. 오직 마음만으로…”

이 말뜻이 들리는지 그 애의 반쯤 열린 입술 위로는 살며시 더는 더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가만히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한 방울이 지금 막 스쳐 지나갔다 방금 막 느껴졌을 무렵 난 문득 이렇게 다시금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토록 깊숙이 감동시키는 건 그래 어쩌면 자기 별에 두고 온 그 한 송이 꽃에 대한 이 애 고유함만의 충성심 덕분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이렇게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마치 램프의 등불처럼 한없이 자기 마음 안에서 타들어 가고만 있는 한 송이 그 장미꽃의 빛줄기처럼 온전히 그 성실함을 간직해서였던지도…”

그래… 그렇담 이토록 부서지기 쉬운 연약함의 상징적인 존재라면…

아니 이제야 이 작고 소중한 것이 그리도 무너지기 쉬운 간절함으로 포근히 감싸안아 줘야만 하는 보호물이라면…

그 한줄기 램프의 빛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이 앨 돌봐주어야만 하는 거라고.

그게 장미의 시기가 되었건 화산의 나태함이 되었건 그 자신만의 질투가 되었건 죄다 마찬가지였던 게야.

소중한 건 결코 우리 눈에 온전한 그대로의 모습으로만은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만… 그래 마음의 눈으로만 그것도 한동안을 사랑으로 들여다봐야 보일 수 있었던 법이야…

그러니 한 줄기 바람꽃이 시들지 않게, 유리 덮개로 덮어줄 필요도 없도록…

그 소중한 꺼짐이 휘몰아쳐 해쳐 나오기라도 전에,

우선 이 애를 위해서라도 나만은…

나는 죽자 사자 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인지 가까스로 새벽녘의 동이 으스름한 기운을 서서히 밝아올 즈음 난 간신히 어느 우물물 한 곳 근처에 가 다다를 수 있었던 게다.

그것도 더 늦지 않게, 아주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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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사람들은,”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급행열차 속에 올라타지만 정작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그 안에서 더 할 수 있을지 알지를 못해. 그래서 떨리는 기차 속에서 몸을 초조하게 이리저리 흔들며 같이 빙글빙글 제자리걸음마냥 맴돌 뿐이지…”

그러고는 당최 입을 닫아버렸다.

“아니 그래도 소용없는데도…”

우리가 도착한 우물은 여느 사하라 우물물들과 달랐다.

그것은 차마 단순히 모래를 파놓은 구멍 같았다.

그래 흡사 마을 우물처럼 보였다는 게 더 합당하리다.

그치만 이 근처엔 웬만한 인근 마을이라곤 하나도 없는걸.

그래서 이 우물을 발견하고도 한동안 믿기지 않아,

‘사뭇 꿈인가?’

도 싶었던 것이다.

“이상하군,”

라며 내가 어린 왕자보고 말했다.

“이 근방엔 사람도 없을 건데. 인적 드문 이곳 우물 샘에 이토록 모든 사용 도구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니 말이야. 이 도르래며, 이 양동이 그릇이며, 저 밧줄은 또 뭐고 거진 웬만한 건 다 있어 저기 좀 봐봐 얘야…”

그치만 그는 “까르르” 웃어젖히며 밧줄을 매만지던 손으로 벌써 그 도르래를 작동시켜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 바람에 오래도록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던 도르래가 이제 막 잠에서 깼는지 다 낡아빠진 바람개비 마냥 제대로,

“삐걱삐걱”

대기 시작했다.

“들리지?”

라며 사뭇 진지해져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우리가 얘를 잠에서 깨우니까 얘도 덩달아 우리가 반가워서 이렇게 노래 부르는 거잖아. 우물의 노래를 말이야…”

나는 너무도 연약하다는 걸 알게 된 그가 더 이상 힘든 일을 쓰는 걸 원치 않았다.

“아니 아니 내가 할 게 얘야, 내가 할게.”

라며 내가 그 애를 제지하며 말했다.

“네겐 너무 무거울 테니깐.”

나는 그렇게 아이에게서 밧줄을 넘겨받은 후 천천히 우물 주위에 둘러싸여 있던 돌까지, 줄에 길게 달아 우물물을 긷는 데 사용되는 기구인 이 두레박 물통을 끌어 올렸다.

그러는 새 삐걱대던 도르래 물통의 노랫소리는 쟁쟁한 구령으로 바뀌어갔고, 출렁이는 물속에서는 어느새 내려와 닿은 햇살이 사방으로 부딪히며 일렁이고 있는 게 보였더랬다.

“목말라. 그 물 마시고 싶어.”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 물을 좀 줘봐…”

나는 그 애가 찾고 있던 게 뭔지를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두레박 물통을 들어 올려 그 애의 입술까지 가져갔다.

그리곤 그는 눈을 질근 감고 물을 마셨다.

아니 어쩌면 그건 지난날 잊힌 축제날의 기쁨 같은 거였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물은 평상시 우리가 먹게 되는 일반 음료수와는 달랐던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물통의 물은 별빛 아래 걷기와, 도르래 물통의 “삐걱빼각” 울림 속 노래와, 두 팔 벌려 “내게도 그 물을 좀 주세요”라고 해맑게 자기 의사를 펼친 이 조그만 소년 아이의 노력으로 얻게 된 부분보다 전체 이상의 그 무언가였는지 모른다.

그게 이제 이 아이를 통해 선물로 다시 태어났고 그걸 도움 내 마음이 이리도 흐뭇이 다가온 것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천진난만한 소년 아이들이었을 때 그때처럼, 거리의 불빛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아래로 흐르고, 성탄절 자정을 알리는 유창한 노랫소리에 맞춰 사방에서 너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보드라운 미소 속에 그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으며 마냥 행복해하던 그 황홀감 속에서 지어 보이던 선물 보따리 웃음꽃이었던 것이다.

“아저씨 별의 사람들은,”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니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해맑고 순수하게 미소 지으면서…

“각자들 자기 정원에 장미꽃 5천 송이보다 더 많은 꽃을 가꾼다지만… 웬걸 그들 누구도 정작 자신들이 무얼 바라고 그 정원을 가꾸어왔는지 거기서 소중한 각자의 무엇을 찾고자 함이었던지는 끝끝내 알지 못해…”

“그래. 우리 어른들은 그걸 발견하지 못해 왔단다. 아마도 영원토록 너희들 아이들의 도움 없이는 그걸 이루지 못할 수도…”

라며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원한 건 장미 한 송이나, 방금 이렇듯 조그만 양의 물 한 모금으로도 얼마 되지 않은 금세 찾을 수 있었던 걸…”

“그래 이것아, 물론이고말고.”

라며 내가 대꾸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가 나를 올려다보곤 살포시 미소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렇게 두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게 금방 다 보이는데도 말이야. 그니깐 우린 저마다의 우정을 마음으로 찾아야 했던 거야. 마음 맞는 친구끼리 진실로 하나 되게.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서 열린 마음으로. 나를 향한 우리 여우처럼…”

이제 거진 나도 물을 좀 마시고 난 뒤였다.

그제야 “헉!” 하고서 숨도 좀 편히 쉬어졌던 게다.

해가 돋아나면 이곳 사막의 모래 언덕은 모두 꿀 빛깔 무늬로 변한다.

나는 어쩌면 그 꿀 빛깔 색상 속에서도 이 애가 이렇듯 가까이만 있어 줄 거라면 행복했을랬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물도 넉넉히 마셔 목마른 갈증도 이제 막 해소할 수 있었겠다, 이 아름다운 모래 언덕도 보이겠다, 그럼 이제 내가 더 괴로울 게 대체 뭐가 더 있겠나 싶었다…

그치만 고뇌는 항시 우리 곁에서 머물지 않았던 적이 없다.

어쩌면 작은 이 행복도 이 애가 옆에 있어서 아니 또 다른 만남을 찾아 떠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젖은 언젠 가는 또 나를 뒤로하고 뿔뿔이 저 하늘로 솟구쳐 긴 여울의 노을 속에 바랜 기쁨마냥 오늘 이 기쁨을 안고 한없이 내게서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던 게다.

그래…

어쩌면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그렇게 언젠가는 내게서 떠나가 버릴지도…

“약속은 지켜야 해.”

라며 다시 내 옆에 살포시 앉은 어린 왕자가 포근히 말했다.

“무슨 약속을?”

“약속했잖아… 양 입을 감쌀 수 있게 주둥이에 씌울 입마개를 하나 그려주기로… 난 그 꽃에 무한 책이 있거든!”

그제야 난 시간 나는 대로 그동안 “끄적끄적” 그려두었던 다른 그림 몇 장들을 주머니에서 우선 그에게 건네 보여주었다.

어린 왕자는 그것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내 바오밥나무들을 무슨 양배추처럼 그렸데…”

“아, 그래!”

그 바오밥나무 그림을 그리곤 때마침 난 무척이나 내 그림 솜씨들에 대해 우쭐해하던 찰나였다.

“여우는 또 어떻고… 귀가 무슨… 뿔같이 생겼어… 이건 죄다 너무 기다랗다고!”

그가 다시금 웃고 있었다.

“불공평해, 꼬마야, 난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보이지 않는 보아뱀 외에는 무얼 그려본 적이 없다고 했었잖니.”

“아 그래도 괜찮아!”

라며 그가 말했다.

“아이들은 다 알아볼 테니깐.”

뭐 어쩌겠느냐, 이리된 마당에 그림 못 그리는 걸 인정하고서 그 애가 바라던 양의 입마개 그림이라도 마저 더 그려주는 수밖엔.

그런데 웬일인지 그가 원하던 그림을 그리면서 괜스레 내 마음이 미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뭐였는진 아직도 모른다.

다만 난 이렇게 그림을 건네주며 넌지시라도 그 사실을 언급할 수 있었을 뿐이다.

“내가 모르는 무슨 계획이라는 게 있구나…”

그러나 그는 내 말에 굳이 답하려 들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만 밝힐 뿐이었다.

“알아? 내가 지구에 떨어진 지도… 내일이면 근 일 년이 다 돼가…”

그러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시금 이렇게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바로 이 근방에 떨어졌었는데… 이쯤 어딘가에 말이야…”

그리고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 말에 조금 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던 슬픔이 묘한 감정마냥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 감정이 뭔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깨치게 된 것이다.

그건 의문점이었다.

“그럼 일주일 전에 내가 너를 만나게 된 그날 아침,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가까운 고장으로부터도 거의 수천 킬로미터를 더 떨어진 이곳에 그것도 너 혼자 수더분하게 걷고 있던 건 그럼 우연이 아니었던 거구나! 그래 네가 떨어졌던 최초의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던 거니?”

그쯤에서 어린 왕자가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나는 머뭇거리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 일 년 째인 기념일에 맞춰서 돌아가려고 했었던 거겠구나…?”

내 그런 말에 어린 왕자는 다시금 재차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

오늘만 이렇게 내 당돌한 질문들에 말없이 얼굴만 붉히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그치만 난 그 애의 얼굴 붉힘의 의미를 알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는 게 더 합당하리라.

순수한 아이가 어른이 묻는 말에 고개만 떨군 채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붉히고 있다는 건,

세상 더없는 ‘네’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아니 대체 이 선한 아이에게 그게 ‘네’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동의의 의미란 말인가?

“아!”

라며 내가 몸 돌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내내 아침부터 이리도 가슴 시리면 떨리게도 두려웠던 거구나… 너를 볼 때마다…”

근데 그 애는 이제야 그런 내 반응에 답을 하는 것이다.

“아저씨, 이제 다시 일해야지. 그러니 아저씨는 아저씨 기계인 그 비행기로 돌아가. 난 여기 이대로 한동안 남아서 그런 아저씨를 기다려 줄 테니깐. 그렇게 일을 다 마친 후 내일 저녁이면 꼭 데리려 다시 돌아와 줘…”

나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 애의 어떠한 말에도, 아니 지금 이 확답에도 좀체 안심이 되지 않았더랬다.

아니 어쩌면 나도 이때 그 애의 친우인 여우가 한 말을 가슴속 깊숙이에서부터 떠올려보고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 말이 사뭇 내내 그때 이후로 내 뇌리 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긴긴 메아리로 오늘날 이토록 사무치도록 다가올지는 그 위험성을 이때 당시만 하여도 전혀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안심하긴 일렀음에도 어쩌랴 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스스로를 거짓의 기만으로 당돌히 저버리려 들고 있었음인데…

여우가 한 말은 이랬다.

“만약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게 되면, 우리 자신이 울게 될 확률이 높아져. 조금 더 위험성이 커지는 거지. 그 설레임 탓에 진정 어린 조언과 기다림 그리고 망설이는 그 하나하나의 순간까지도 죄다 그 애와 나누어야 하니까… 긴 추억을 평소엔 하지 않던 사무침 가르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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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우물 옆에는 오래된 돌담이 무너진 폐허가 있었다.

다음 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고 보니 어린 왕자가 거기에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게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얼핏 그 애가 이렇게 무어라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그게 기억 안 난다고?”

라며 그가 말했다.

“정확히 여기가 아니라고!”

그가 이렇게 대화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얘기를 주고받는 상대편 누군가의 다음과 같은 음성도 들렸다.

“아니! 아니! 날짜는 그런데 다만 장소가 여긴 아니라는 소리였어…”

나는 돌담 벽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그치만 보이는 것도 당최 아무것도 없는데 어린 왕자는 대체 누구보고 하는 소리일까.

그때 다시금 어린 왕자가 이렇게 응수하는 게 들렸다.

“…물론이지. 모래 위의 내 발자국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만 살펴봐도 될 거 아니니. 넌 거기서 나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오늘 밤 거기로 찾아가 볼 테니깐.”

이제 거진 돌담 벽에서 20미터도 채 더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그치만 여전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어린 왕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잠시 침묵을 지키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대꾸해된다.

“너의 독은 그리 좋은 거니? 틀림없이 나를 오래도록 아프겐 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 거겠지?”

난 그제야 좀 전까지의 전체 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만 억장이 무너져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아니 대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화가 그것도 우리 어린 왕자의 입에서 다 나올 수 있었단 말인가.

“이제 그만 내 발목에서부터 내려가 주겠니,”

라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도 그만 가봐야 할 거 같으니깐!”

나는 그제야 돌담 벽 아래로 방금 막 무언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내려앉는 것을 눈을 내리깔고 쳐다보고서야 발견하곤 그만 소스라치도록 놀라 그 자리에서 펄쩍 뛰고 말았다!

거기에는 단 30초 만에라도 충분한 몸무게를 가진 어른 사람 하나를 그 자리에서 곧장 즉사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지닌 노란 뱀 하나가 방금까지 자신이 있다 내려온 그 돌담 벽 위쪽을 다시 올려다보며, 연신 무릎을 아래쪽으로 길게 내리고서 거기 걸터앉은 채로 있는 어린 왕자의 발목 쪽을 향해 잇따라 반복적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꼿꼿이 몸을 다시 세우고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 즉시 권총을 꺼내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뻗어 뒤지며 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내가 내는 사람의 인기척 소리를 느낀 그 뱀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잦아드는 잔 물방울의 부드러움 같이 그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스르르” 마치 모래 속으로 미끄러져 다 기어들어 가듯, 별로 더 애쓰는 기색 없이 가벼운 금속성의 쇳소리만 뒤로 하고선 어느새 “졸졸” 돌들 틈 사이로 교묘히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미칠 듯이 뛰어 그 담벼락 밑까지 가보았을 때에는 이미 일은 벌어진 상태였다.

난 금세 너무도 새하얗게 창백해진 눈의 그 꼬마 어린 왕자를 간신히 내 품으로 받아들며 허둥지둥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니? 어떻게 저 사악한 뱀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어. 뱀과 이야기를 하다니!”

나는 우선 그 애가 영원토록 거기 자신의 목 부위에 두르고 있을 것만 같았던 머플러 목도리부터 풀어 헤치며 그 애가 좀 더 쉽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곤 그 애의 귀와 눈 사이 부위인 관자놀이에 서둘러 물을 끼얹은 후, 물을 좀 마시게 해주었다.

일이 이토록 사달이 난 후, 난 이제 감히 그 애에게 더 물어볼 용기도 다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런 내 심각한 표정을 보더니, 이내 그가 내 목에 두 팔을 뻗어 감싸안는다.

그 애의 심장이 마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처럼 가냘픈 게 느껴졌다.

내 느낌을 아는지 그가 걱정스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저씨 기계 다 고쳤다며? 그래서 기뻐. 이제 아저씨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안 게니?”

정말 나는 때마침 내가 비행기 부품 장치들을 다 고쳤다고 말하러 이리 뛰어오던 길인 게다.

그에게 알리려 말이다.

근데 벌써 이런 일이 그 애에게서 벌어지고 있었다니!

어린 왕자는 내 물음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만은 더했다.

그저 이렇게 간단히 무슨 말인지를 모르게 내뱉을 뿐이었다.

“나도 오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곤 더없이 쓸쓸하게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훨씬 더 멀고… 훨씬 더 가파른 힘든 길이 될 거야…”

무슨 일인지 심상치 않은 일이 지금 막 내가 그 애에게 도착하기 전에 벌어졌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난 그저 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꼬옥” 품에 안아 주는 거 외에는 거진 더 해줄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이런 내 슬픔과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애는 다만 깊디깊은 자기만의 심연의 골짜기 속으로 곧장 낭떠러지 떨어지듯 가라앉고 있는 거 같이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애가 진지하지만, 슬픈 눈빛으로 먼 허공을 아득히 바라본다.

“그래요 내겐 아저씨가 준 양이 있어요. 그 양이 살 집도 있고요. 그 양이 내 꽃을 함부로 먹지 못하게 주둥이에 씌울 입마개도 있고요…”

그는 이제 더한층 우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건 소중한 것을 이제 막 잃게 된 이의 쓸쓸한 미소였다.

나는 오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애의 몸이 그나마 조금 더 따뜻해질 때까지…

그치만 마냥 정상적인 체온으로까진 쉬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난 이렇게 말했다.

“꼬마 친구야, 많이 무서웠겠구나…”

물론 그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그치만 그는 자신이 무섭지 않은 듯 보드랍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 저녁엔 더 무서울 테니깐…”

돌이킬 수 없는 오싹함이 내 전신을 스쳐 지나간 건 바로 그때였다.

무엇이었을까.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을 만치 저만치 문득 가버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겠구나…!’

아니 어쩌면 이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두 번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내가 참을 수 없었던 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견딜 수 없던 나에겐 그 아이의 웃음은 실로 사막의 샘과 같이 해맑았던 것이다.

“이 어린 것아, 난 그저 네 웃음을 다시 듣고 싶었던 거뿐이야…”

그러나 그는 이제 이렇게만 답할 뿐이었다.

“오늘 밤이면 꼭 1년째가 돼. 내 별은 작년 이맘쯤 내가 여길 떨어졌을 때 바로 저 위에 있었거든…”

“얘야, 그게 다 못된 꿈 아니겠니? 뱀을 만난 거며, 뱀하고 한 약속이며, 그로 인한 네 별들 이야기할 거 없이 전부 다 못된 꿈 말이다… 그러니 뱀의 말에는 너무 개의치 마르려무나.”

그러나 그는 이런 내 의문에도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리만 말할 뿐이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야 물론이지…”

“꽃도 마찬가지야. 어느 별에 있는 그 꽃이 아저씨가 사랑하게 된다면, 그럼 어느 날 문득 밤하늘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저씬 감미로워질 거야. 모든 별들에서 꽃이 다 피어날 테니깐.”

“물론이다 이것아…”

“물도 마찬가지인 거야. 아저씨가 내게 마시라며 들려준 물은 마치 음악과 같은 거였어. 도르래와 밧줄 때문에 더 물 마시는 게 전부 음악 같았어…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참으로 감미로운 물맛이었다고.”

“그야 물론이고 말고…”

“아저씨는 이제 밤이면 별들을 바라보게 될 거야. 그치만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지금 당장은 보여줄 수 없어. 아니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은 듯. 이제부터 내 별도 아저씨가 앞으로 바라볼 저 수많은 여러 별들 중 하나일 테니깐. 그럼 아저씬 어느 별을 바라보던 즐겁게 되는 거라고… 아니 어쩌면 저 별 모두가 이제 아저씨의 친구가 되어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선물을 하나 하려고 한 거고…”

그가 다시 웃었다.

“아서라! 이 꼬마야, 아니 꼬마 친구야, 어째 난 그 웃음을 네게서 다시 들어도 이토록 좋구나!”

“그게 바로 내 선물인 걸… 아까 우리가 마신 물 같은 선물 말이야…”

“무슨 의미인 거니?”

“사람들의 별이 저마다 다 똑같은 건 아니냐.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은 길잡이야. 또 다른 사람들에겐 별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작디작은 빛 한 줄기의 반짝임인 게고. 연구하는 학자들에겐 그건 공부할 대상인 거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그건 어디까지나 개수를 매일 같이 자기 직무의 의무감으로 헤아려 따로 또 공책에 적어놓아야 할 금으로 된 동전인 게고. 그치만 이 모두의 마음속에서 별은 언제나 긴 침묵을 지키며 그들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지. 그런데 이제 아저씬 저들 누구와도 같지 않은 아저씨만의 그 별을 이제부터 가지게 되는 거야…”

“그게 또 무슨 소리니?”

“밤이 돼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 중 하나에선 이제부터 내가 살고 있을 테니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언제고 웃고 있을 거니까. 그럼 이제 아저씬 그들 별 모두가 방금 내 웃음처럼 모두 웃고 있는 걸로만 보일 테니까. 그러니 이제 아저씬 다들 웃을 줄 아는 그 특별한 별들을 모두 품속에 지니고 살아가게 되는 걸 테니!”

그러면서 그가 또 웃었다.

“슬픔은 언제든 가라앉는 법이니, 아저씨도 그렇게 나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면, 나를 알게 된 거 사실만으로도 더 기뻐하게 되는 날이 오는 거야. 그래서 난 언제까지나 아저씨의 친구로 남아줄 수 있는 거고. 그러니 나와 함께 웃고 싶을 때면… 가만히 창문을 열어… 그럼 아저씨 친구인 저 별들이 아저씨가 자신들을 보며 방금 웃는 그 모습에 놀라 꽤나 멋들어진 웃음꽃을 같이 피워줄 테니. 그땐 이렇게 말해주면 돼. ‘그래, 너희 별들은 나를 항상 웃음 짓게 하는구나!’라고 말이야. 아닌가? 그럼 아저씨 주위 친구들은 다들 아저씨가 미쳤다고 생각할까. 그럼 난 아저씨에게 살아생전 더는 더할 수 없는 못 할 짓을 한 셈이네…”

그러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그 애는 다시금 웃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면 돼. 내가 아저씨에게 준 건 그저 별들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작은 방울들을 한 아름 안겨준 거라고 말이야…”

그는 또 웃었다.

그치만 이제야 내가 파악한 게 있는데, 그 애가 웃으면 웃을수록 점점 더 그 애의 표정이 아픔으로 빛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 오늘 밤은 오지 말아줘… 아니 절대… 이제 올 필요는 없어.”

“난 언제고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걸.”

“난 아픈 거 같이 보일 테지만… 그래서 죽어가는 거처럼 보일 테지만… 그게 아닌걸. 그러니 오지 말라는 거야. 이런 내 모습을 안 볼 수 있게 내게 배려해 줘. 그러니 절대 오늘 밤만은 여길 오지 마.”

“난 언제고 네 곁을 떠나지 않으련다.”

그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라니깐… 뱀 때문에 오지 말라는 거야. 아저씨까지 그 독에 물리면 어떻게… 뱀은 심술쟁이 나쁜 애인데. 그 애가 독기 어린 장난으로 그저 심심풀이로도 아저씨를 물면 난 어떡하라고…”

“이거만은 굳이 더 말해주마. 내가 절대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그러나 그 애는 내 말이 아닌 내가 그 당시 들을 수 없던 다른 존재의 소근거림에 더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제 한 번은 물렸고… 그 애 말로는, 두 번째 물릴 때는 전혀 아프지도… 독도 하나도 없을 거라니깐…”

그날 밤 그 애가 가는 걸 난 못 보았다.

그는 소리 소문도 없이 그렇게 내게 와주었듯이 또 그렇게 향기로운 바람처럼 내게서 떠나가 버린 것이다.

뒤쫓아가 그를 만날까도 생각해 보았다, 아니 이젠 잰걸음으로 사막 어딘가로부터 길 잃고 조난당해 내 도움이 필요할 텐데 거기까지 주저 없이 걸어가 볼까도 아니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 그 애가 이렇게 말해줄 텐데…

“아! 아저씨 왔구나…”

그러곤 내 손을 살포시 잡아줄 텐데.

그럼 난 아파할 테고 그런 나를 보고 그 애는 다시 걱정할 테지.

“오지 말랬잖아. 마음 아파할 건 없어. 내가 죽은 듯이 보일 뿐일 테지만… 이곳에선 죽은 게 죽은 것이 아니던 걸…”

그때부터였을까 이제부터의 어떠한 말에도 난 그저 듣기만 할 뿐 어떠한 주절거림도 그 애 앞에서는 할 수 없었다.

“이해해 줘. 여긴 너무 멀잖아. 인간의 몸뚱아리는 여기까진 올 수 없어. 너무 무겁거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이때부터 난 그 애의 말에 입도 벙긋할 수 없었던 기억뿐이었다.

“날 염려하지는 말아줘. 그냥 낡은 껍질 하나를 벗겨버렸다 생각해 줘… 다 낡은 껍데기를 훌훌 벗어내는 건 굳이 나쁘고 슬픈 일이 아니니…”

나는 이게 현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가만히 있었던 지도 모른다.

그 애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 그 마지막 나를 위해 웃음꽃을 피워줄 그 애의 포근한 미소마저 다시 볼 수 있을까…도 싶었다.

이렇게 말을 안 하는 내 생각들에도 그는 하나하나 다 표정으로 반응해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선지 그 애가 조금 낙심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아니 그럼에도 다시 기운을 차리려 안간힘을 쓰는 것도 보인다.

“참 좋을 거야. 아니 아저씨에겐 근사할 거고. 내가 이렇게 이 높다란 곳에서 저 별들을 바라보는 거잖아. 그러니 이제 저 별들도 나를 보다 더 안심하고서 내 마음의 풍금마냥 죄다 아저씨가 내게 선사해 준 그 녹슨 도르래와 우물물로만 보일 거 아냐. 그럼 별들이 모두 힘을 합쳐 내가 언제든 마실 수 있는 물을 한없이 퍼부어주는 거지. 이렇게 잔득하고 내 입속으로 말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이게 현실일 수 있을 거란 사실에 그저 말문만 막혀 하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어쩜 그랬을지도.

이게 그 애와 나와의 마지막 대화일지도…

그리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 마저 지금껏 긴 여울의 시름마냥 한겨울의 추위마냥 서글픈 이별마냥 청춘의 거울마냥 온건한 정령 기운의 스침마냥 갖가지 물건들에 깃들어진 산천초목의 신비로운 우리네 정신마냥,

이렇게 그 애도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난 또 그걸 입 꾹 다물고서 이 헤어짐의 눈높이를 이 애가 나를 위해 선물로 주려던 그 해맑은 미소만큼이나 다 간직 못 하는 아픔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서 그렇게 말없이 이 모두가 서서히 그 내리막길을 향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인상만 받는 채로 그렇게…

오늘 또 하루가 소리 소문 없이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거진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을 때 그 애가 나직이 또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참 재미있을 거야! 이제부터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가지게 되고 는 거고, 난 그와 더불어 5억 개의 맑은 샘물을 가지게 되는 거라니…”

그러고도 웬일인지 그 애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깜짝 놀라 다시 올려다보았을 땐 그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다 왔어. 저기야. 이제부턴 나 혼자서라도 한 발씩 걸어가게 해줘. 그러고 싶어.”

그러더니 다시금 자리에 펄썩 주저앉는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가 다시 내게 말을 붙인 것도 바로 그때였다.

“아저씨도 알지… 내 꽃 말이야… 내가 그 애에게 무한 책임감이 있는! 너무도 연약해서! 너무도 순수해서. 이 세상에 맞설 방호 수단이라곤 자신보다 더 작고 보드라운 네 개의 가시뿐인 바로 그 애… 그 애가 지금 내가 안 와서 자기 별에서 쭈그리고 앉아 두려워 울고 있어… 저기 보여. 저기서 울고 있어… 울고…”

순간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엄연한 현실 그 자체였던 게다.

간드러지고 몽그라진 본연의 아픔 그대로인 생이별로 치장된 가슴 아픔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도 이런 긴 망설임 끝의 긴 나락쯤으로 자신을 대변하려는지 이 말만을 남기고 있었다.

“자, 이제 다 끝났어… 그래 이거뿐이었던 게야… 이거뿐…”

그 애가 멀어져 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게다.

난 간신히 다시 일어났다.

막무가내로 한 발짝 그 애가 가는 길로 내디뎌도 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 단 한 걸음도 더는 더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언제부터였을까…

그 애가 쓰러지고 나서부터 거진 하루가 다 되었음을 인지하게 된 게…

그리고 이 마지막 순간 그 애의 발목 부분에서 황급히 떨어져 나가는 그 노란 빛의 긴 한 가닥 실 같은 뱀의 형상이라니…

어릴 적 할머니가 언제고 우리 아이들을 모두 다 모아놓으시고 요정들이 숨겨 놓은 보물창고 이야기를 해주시며 덧붙이곤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반짝반짝하는 것들은 죄다 독을 품고 있단다. 인간에 치명적인 독 말이다. 그게 물리면 ‘아야!’ 하고 말아. 그치만 우리가 지금부터 언급할 요정들은 반짝반짝 그 자신들이 빛나면서도 전혀 인간들에겐 해를 끼치진 않지. 왜냐하면…”

긴 여울의 시름을 한 채로 내가 꼼짝달싹 꿈쩍도 못하는 가운데 입맛 쓴맛 시큼한 맛도 전혀 못 느끼고 있을 그때…

그 애는 어떤 비명소리도 없이…

그는 나무가 넘어가듯 천천히 쓰려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아니 어쩌면 바람 잘 날 없는 이때 모래 둔덕에는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두를 내가 비극으로도 받아들이지 않고 몽롱해한 건 오로지 그 애가 쓰러질 때 모래 둔 ‘턱’ 때문인지 아무런 소리도 거기서부터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27장

그러니까 이게 벌써 6년 전의 일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동안은 한 번도 겉으로라도 한 적이 없었다.

그치만 나를 다시 보게 된 동료들은 그나마 내가 다시 살아온 게 마냥 “기쁘다”는 듯 좋아들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난 슬프지만 이렇게 그들에게 말해줬을 뿐이었다.

“좀 피곤해서. 오늘은 이만 그만 가 볼게…”

아니 어쩌면 이젠 조금은 나름 진정되어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치만 웬걸…

그 당시 받은 슬픔만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걸.

그치만 나도 이젠 잘 안다.

그 애가 그 일을 통해 다시금 자신이 떠나온 그 별로 새벽녘의 기점을 여울 삼아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동틀 무렵 한참이 다 지나도록 그의 몸만은 다시 찾을 수 없었기에 하는 소리다.

그리 무거운 몸도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그래 어쩌면 그때 이후로 난 밤이면 저들 별에게 귀 기울이길 그토록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흡사 5억 개는 족히 되는 저 수많은 작은 방울들이 하나같이 밝은 소리를 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거기에선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내가 깜빡하고서 어린 왕자에게 양의 주둥이에 씌우라며 그려준 입마개에다가 가죽끈 하나를 그려준다는 것을 잊어먹고 말았던 게다, “아뿔싸!”

그럼 이제 그 애는 내가 그려준 그 입마개를 어떻게 양에게 씌우지?

“허허 참!”

라며 결국 난 이렇게 혼잣말로 되뇔 수밖엔 없었다.

“어린 왕자야, 너의 별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니? 그래 벌써 양이 꽃을 먹어버렸다면 어쩌니…?”

여느 때 같을 때는 나는 또 이렇게도 행복한 상상을 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천만에요 아저씨, 아직 우리 양은 꽃을 먹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 참 잘 됐구나. 하긴 네가 매일 같이 염려해 그 꽃을 밤마다 유리 덮개로 덮어준다는데 안전할 만도 하지. 그래 어린 왕자야, 네 양을 잘 지키렴…”

그럼 나는 덩달아 무척이나 행복해진다.

아니 어쩌면 이런 나를 보고 조용하면서 부드럽게 오늘도 웃음 지어주고 있을 저 별들 덕분에 더 그런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다 또 한 번씩은 이런 생각마저 든다.

“한두 번은 방심할 수 있어, 어린 왕자야. 그럼 끝장인 거야! 그러니 매일 밤 유리 덮개를 덮어주는 것을 잊어먹진 말거라. 양이 밤중이면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에서 나와 네 꽃을 먹어 치울 수 있으니…”

그럼 왜일까.

저 밤하늘 위의 작은 방울 5억 개들이 전부 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눈시울마저 적시고 눈물방울 송이송이 아롱지게 맺혀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이건 정말 신비로운 것이다.

어린 왕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러분들이나, 나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보다 더 큰 수수께끼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니 그 어딘가인지 알 수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여느 장미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아니 “여전히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 이토록 세상천지가 “확확!” 연달아 바뀔 수 있다니…

그러니 지금 당장 하늘을 보라.

그러니 지금 당장 그네들을 생각하라.

“양이 꽃을 먹었을까요?”

아니,

“아직 먹지 않았을까요?”

라 저 별들에게 물어보고 그네들의 눈시울이 눈물방울 송이송이 맺히며 한탄으로 변해가는지를 여쭈어보라.

거기에 우리 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변화시킬 어린이 여러분들의 당찬 꿈과 희망 그리고 새싹이 봄기운 마냥 매해 다시금 우리들 곁으로 찾아오는 만물의 질서와 기운이 서려 있는 게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 변화에 귀 기울여보면 된다.

한 번씩 나와 같이 저 별을 우러러 올려다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어른들만은 여전히 아니 어쩌면 영영토록,

“이 변화가, 이 눈시울이, 저들 별들의 소곤거리는 눈망울과 소중함들이 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값지고 소중하다.”

는 것을 결단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 그 자체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지만 말이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풍경은 바로 이 아래 그림이다.

앞 페이지에서 내가 이미 보여드렸던 풍경과 똑같은 그림일 테지만, 그치만 한번 잘 들여다보라, 내가 지금 그려주고 있는 아래 그림을 말이다.

여기엔 그대들과 나의 우리 순수한 어린 왕자가 이미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난 뒤의 모습들이 주로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가 나타났다가 다시금 사라진 바로 그 장소 그대로 말이다.

그러니 오 그대 어린이들이여,

그대 고운 넋들이여,

사뿐히 이 땅을 즈려밟고 언제고 우리 아프리카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실 적에는,

가만히 한 번 시간을 내어 이 풍경에 귀 기울여주오,

살포시 그대 즐거운 마음에 이 장소 한번씩들 담아주오.

그리 곱게 잊어버리지 않게 눈시울 가만히 흘려주오,

새삼 이 정을 그만 땅에 묻지 말아 주오.

행여라도 길이 맞아 이리로라도 한번씩들 지나가게 되신다면,

그대 정든 발자국 더 서두르지 말고설랑은,

잠깐 별빛 아래 기대 조금 더 시간을 가지시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며 그를 기다려보시라고 내 간곡히 이렇게 다짐 아닌 여념은 부탁일랑 드리려던 바요!

오 그대여!

고운 넋의 정든 임들이시여!

우리 사랑스러운 어린이 친구들이시여!

그러다 한 시 정각이 되어 어느 한 아이 하나가 얼굴의 두 볼을 살포시 붉히면서 여러분들에게 다정히 그렇게 다가와 주시거든,

여러분이 보고,

그 애가 다름 아닌 내가 앞서 누누이 말한 대로, 금발이며, 웃고 있으며, 또한 이런저런 그대들 물음에도 여간해선 쉬이 대답 안 해주는 모습을 보이걸랑은,

곧 그대들 모두는 금방 이 애가 누군지 알아채시라 여쭈는 바이오!

오 그대여!

고운 넋의 정든 임들이시여!

우리 사랑스러운 어린이 친구들이시여!

그럼 그대는 그 소년에게 당장 친절을 베풀어 주시랴!

그러곤 냉큼 제일 가까운 아프리카 어느 고을 골짜기의 작은 우체국으로 달려가,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마냥 슬퍼하고 있을 나란 존재 더는 더 내버려두지 마시고,

얼른 빨리,

“우리 어린 왕자님을 보았다.”

라는 정든 편지 한 통 제일 빠른 긴급 속달로 내게 어서 보내 주시랴.

“우리 그 애가 다시 돌아왔음을…”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먼저 알 수 있게 배려해 주시랴…

내 눈물 탓에 쉬이 잠 못들고 있을 저 5억 개의 별을 위해서라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끝)

긴 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__<’’.

편안한 밤 되세요~

(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대표 소설 작품 우리말 옮김 모두 끝

끄읏~

뿌잉뿌잉~

■ 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작품 모두 번역 끄읏~

▶ 감사합니당, 꺄악!!! >___<’’

한 겨울 추위가 계속 되고 있네요. 그래도 이젠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하시려는 일들마다 준비 잘 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번역 작품에서도 다시 뵐 수 있길 기대해볼게용~

감사합니당~

그럼 다음 번역(번역 작품)에서 뵈어요~

시간 나는 대로 다음 번역해서 올릴게요~

2025년 1월 4일 토요일 오전 6시 15분 26초

뿌잉뿌잉~ 심쿵 마음이~💖

추가 메모:

『어린 왕자』 번역을 오늘 6번째로 완성해(계속된 수정본의 수정본) 마감 후 급히 블로그(마음 네이버블로그)에 업로드 합니다.

2025년 1월 4일 토요일 오후 6시 17븐 07초

감사합니다.

■ 추가 설명 시작

(자유로운 이용 가능함. 다만 유의 사항 1개가 있음. 그 설명임.)

(무제한적인 용도로 어떠한 규제와 제약도 받지 않고서 무조건적인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우리말 한글 해석 부분임. 또한 1개의 제약이 따르지만,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한 프랑스 원문 사용에 대한 설명임.)

아래부터는 그(자유로운 이용 가능 및 1개의 제약 사항)에 대해 설명한 부분입니다.

■ 요약:

『어린 왕자』 프랑스 텍스트 원문:

프랑스에서 사용 금지. 프랑스를 제외한 그 외 모든 나라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퍼블릭 도메인 자료임. 프랑스를 제외한 곳에서는 어디든 상업적으로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함.

『어린 왕자』 우리말(한글. 한국어) 텍스트(제가 해석한 부분):

프랑스를 포함한 전세계 어디든 퍼블릭 도메인 자료임. 누구나 자유롭게 어떠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함. 누구든 상업적으로도 사용 가능함.

■ 상세한 설명:

다만 프랑스 원문은 프랑스를 제외한 세상 모든 곳에 퍼블릭 도메인 자료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만은 아직 『어린 왕자』의 프랑스 원문이 저작권으로 보호 받는 중입니다.

따라서 이 문서에 실린 프랑스 원문 『어린 왕자』도 프랑스에서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 『어린 왕자』의 프랑스 원문은 어디까지나 퍼블릭 도메인 자료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가 해석한 『어린 왕자』 우리말(한글. 한국어) 해석은 프랑스를 포함한 전세계 어디든 퍼블릭 도메인 자료입니다. 아무런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자유롭게 사용가능함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 정확한 번역 “절대” 아님

◆ 정확한 번역 “절대” 아님

마음 번역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번역』 자료는,

정확한 번역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읽으려고 작성해본 엉터리 번역입니다

좋은 번역서를 찾고 계신 경우 시중 서점들에 괜찮은 번역서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 쪽을 먼저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그게 여의치 않으시는 분들께서는 제가 작업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번역』 번역서를 이용해주시면 그것도 나름 좋을 거 같습니다.

마음에 드시면 제 글 자유롭게 마니(많이) 사용해주세요~💖

◆ 프랑스 원문

◆ 프랑스 원문 보기: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 호주”

- 호주에서는 『어린 왕자』 프랑스 원문판이 퍼블릭 도메인 자료(무료 자료)임.

- 저작권이 지난, 옛날 영어 소설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이기도 함.

『어린 왕자』(프랑스어 원문)

프랑스어 원문을 직접 볼 수 있는 링크

◆ 텍스트(글자만 적힌 거) 원문 보기:

(텍스트 원문을 인터넷에서 직접 보기)

https://gutenberg.net.au/ebooks03/0300771h.html

(검색 일자: 2024-12-29)

끝 

◆ 마치는 인사말

◆ 마치는 인사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럼 이만~,~’’ㅎ

뿌잉뿌잉~!

심쿵 마음이💖 

■ 퍼블릭 도메인 자료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소설임)

■ 퍼블릭 도메인 자료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소설임)

『어린 왕자』(프랑스 원문 텍스트)는 2024년 12월 29일 일요일 현재 아래 국가에서 여전히 저작권이 있는 자료라 제한이 있습니다.

프랑스.

다만,

생텍쥐페리의 프랑스어 원문 『어린 왕자』는,

바로 이 국가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 모든 곳에서는 이제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풀린 무료 자료) 자료가 되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마음 우리말 번역 『어린 왕자 번역』(문서)에 실린 프랑스 원문 텍스트 자료도,

저작권이 있는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 모든 곳에서 퍼블릭 도메인 자료로써, 그게 그 나라들의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퍼블릭 도메인 자료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함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다만,

마음 우리말 번역 『어린 왕자 번역』의 한국어 번역 부분 텍스트는 프랑스를 포함한 전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퍼블릭 도메인 자료입니다.

제가 작업한, 한글로 해석한 부분에는 어떠한 제한 사용도 없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번역 우리말 『어린 왕자 번역』을 사용함에 있는,

사용자는 자신이 속한 국가가 이 서적 『어린 왕자』를,

여전히 법적으로 저작권이 있는 사항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여부 등등을 최종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그럼, 자신이 속한 나라에서도 『어린 왕자』가 저작권이 풀린 퍼블릭 도메인 자료라면,

제 글도 편안히 접하시면서,

많이 사용해주신다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프랑스만 제외하면, 한국이든 어디든 누구나 그 어디에든 그 무슨 용도로든,

상업적 이용 및 비상업적 이용 그리고 교육적 이용 모두 자유롭게 사용 가능합니다.

참고로 사용하실 때 출처(마음 블로그) 밝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름(마음)도 밝히지 않아도 됩니다. 제 이름(마음) 대신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자신이 작업한 작품처럼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되세요~

그렇게 편안하게 마니(많이) 사용해주시라고 만든(우리말로 해석해본) 거예요~

그 외에도 제(마음) 글은, 자유롭게 수정 변경 추가 등등, 뭐 하여튼 기타등등 어쨌든 뭐든지 자유롭게 편집 및 수정 및 추가 작업 가능합니다.

마음 껏 사용하세요.

한 마디로 말해, 어떠한 제한 사항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세요~

(다만 그럼에도 누누이 말씀드리자만, 이 문서에 실린 어린 왕자 프랑스 원문 텍스트는 프랑스에서만은 꼭 사용금지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어린 왕자 프랑스 원문 텍스트가 여전히 저작권 있는 글로 보호받고 있는 글입니다.)

그렇게 쉽고 편하게 많이 사용하시라고 만든 거예요~

감사합니다~😍💖

마음 껏 사용하세요.

한 마디로 말해, 어떠한 제한 사항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세요~

그렇게 쉽고 편하게 많이 사용하시라고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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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잉뿌잉 심쿵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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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Manual Mag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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